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

그는 운을 타고났다. 고 김병관 동아일보 명예회장의 차남으로 태어나 한국의 대표적인 언론가문이며, 고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의 사위로 삼성가와 인연을 맺었다. 여기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선출돼 한국 스포츠를 대표하는 인물이 됐다. 주인공은 김재열 국제빙상연맹(ISU) 회장 겸 삼성경제연구소 사장이다.

김 회장은 지난 17일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제141차 IOC 총회의 신규 위원 선출 투표에서 유효표 73표 가운데 찬성 72표(반대 1표)를 받아 새 위원으로 뽑혔다. 김 회장의 IOC 위원 선출은 본인 자신의 영광은 물론 한국 스포츠가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발언권을 행사해 국가적 지위를 강화시켜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김 IOC 위원으로 한국 스포츠의 지평을 넓혔던 장인, 고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뒤를 잇게 됐다. 또 우리나라는 고 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 이건희 회장,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이 나란히 활동하던 시절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인 IOC 위원 3명 시대를 맞이한다. 현재 한국인 IOC 위원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유승민 위원 두 명이다. 김 회장은 국제경기연맹(IF) 대표 자격으로 IOC 위원이 됐다. IOC 위원 정원은 최대 115명인데, 개인 자격 최대 70명과 국가올림픽위원회(NOC) 대표, IF 대표, 선수위원 자격 최대 15명씩으로 구성된다.

김 위원은 한국인으로 12번째 IOC 위원으로 선출된 뒤 가진 인터뷰에서 “이건희 선대 회장님 덕분에 국제 스포츠계에 입문했다”며 “이건희 회장님 통역을 도우며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를 삼수 끝에 유치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앞장선 이건희 전 회장을 보필하며 국제 체육계 인사들과 깊은 친분을 쌓았다는 것이다.

김 위원은 2010년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을 맡아 국제 외교업무를 책임지며 본격적인 스포츠 외교 행보를 시작했다. 김 위원은 IOC 평가단이 평창에서 유치 실사를 할 때 이건희 전 회장과 함께 현장을 찾는 등 전면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기도 했다.

김 위원은 2011년 3월 임시 대의원총회를 통해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으로 당선됐다. 이듬해엔 종목 회장 자격으로 대한체육회 부회장으로 이름을 올리며 활동 범위를 넓혔다.

2013년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에 재선한 김 위원은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한국 선수단장으로 활동하며 올림픽 현장에서 뛰기도 했다. 2016년 6월에는 제56차 ISU 총회를 통해 ISU 집행위원에 당선됐다. 김 위원은 이때부터 국제 무대에 전념했다. 다양한 국제 활동을 펼친 김 위원은 2022년 6월 ISU 회장직까지 올랐다. ISU 역사에서 비유럽인이 회장에 당선된 건 처음이었다.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둘째 딸인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의 남편인 김 위원은 그동안 언론 가문보다는 삼성가 사위라는 후광을 입고 국내와 국제적으로 성공했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이제 IOC 위원으로 선출된만큼 앞으로는 한국과 IOC의 올림픽 운동 확산에 기여하며 IOC 위원의 위상과 품격을 보여줘야 한다.

한국 스포츠는 2020 도쿄올림픽 이후 선수 부족과 국제 경쟁력 약화로 큰 위기를 맞고 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과 2002년 한·일 월드컵 등으로 이뤄낸 선수 인적자원이 인구 저출산으로 줄어들며 전반적인 스포츠 환경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김 위원의 IOC 위원 선출과 함께 IOC 위원 3명 시대를 맞게 됐다.

김 위원은 새로운 전성기를 준비하기 위한 한국 스포츠 발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이제 김 위원의 IOC 활동은 개인적인 운을 넘어 국가적인 운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그의 성공이 대한민국 스포츠의 성공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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