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기후 재해 피해액 90조
‘기후 금융’ 130조원 지원키로
국가 부도 처한 스리랑카같이
경제위기에 더 취약한 아세안
“자국 통화결제 등 협력 절실”

편집자주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가 한국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다. 연차총회 핵심의제 중 하나는 ‘기후위기 대응’이었다. 이에 ADB는 개발도상회원국들에 1000억 미국 달러 규모의 기후 금융을 제공하고 ‘아태기후혁신금융기구’를 공식 출범키로 했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의 당면 문제 해결이 힘들다. 아시아 경제가 단순한 경제문제 수준을 벗어나 환경과 에너지 및 식량 등과 얽힌 정쟁 등 지정학 문제까지 뒤엉켜 있어서다. 이와 관련해 본지는 보웃 티다 캄보디아 크메르라이프 발행인이 아사아 전문가들의 시각을 담은 기고문을 보내와 번역 게재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를 비롯해 한·중·일 및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2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쉐라톤 그랜드 인천 호텔에서 열린 '26회 아세안+3(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를 비롯해 한·중·일 및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2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쉐라톤 그랜드 인천 호텔에서 열린 '26회 아세안+3(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보웃 티다 캄보디아 크메르라이프 발행인.
보웃 티다 캄보디아 크메르라이프 발행인.

 

역대 최대 규모의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가 이달 한국 인천에서 열렸다. ADB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개발과 협력을 위해 지난 1966년 설립된 국제기구격인 개발은행이다. 지역 내 개발투자 촉진, 지역개발을 위한 정책과 계획조정, 기술의 원조·제공, 국제기구 협력 등을 주요 업무로 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을 비롯한 전 세계 68개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등 5000여명이 이번 제56차 ADB 연차총회에 참석했다. 나흘간 70여개의 크고 작은 행사와 세미나를 열었다. 역대 최대 규모의 행사였다. 특히 한국은 19년 만에 ADB 정기총회 개최국이 됐다. 이번 대회 슬로건은 ‘다시 도약하는 아시아: 회복·연대·개혁’이었다.

한국은 이번 총회 의장국으로 의제를 주도했다. 아시아 지역 내 기여를 확대함과 동시에 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에서 아세안 국가들은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한국은 ADB 수혜국에서 반세기도 안 돼 공여국으로 발전한 선진국이다. 회원국 가운데 처음으로 ADB의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국가로 변신한 최초의 나라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아세안 입장에선 부러움과 선망의 대상이자 롤 모델이며, 여러모로 배울 점이 많은 나라다. 거꾸로 한국만큼 ADB의 역할과 필요성에 대해 경험으로 아는 나라도 아마 없을 거라 본다.

◆총회 핵심의제 ‘기후위기 대응’

한국 인천 송도에서 열린 지난 ADB 연차총회 핵심의제 중 하나는 ‘기후위기 대응’이었다. ADB는 ‘기후은행(Climate Bank)’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를 위해 늦어도 2025년까지 ADB의 모든 운영을 파리기후변화 협약에 일치시키겠다는 구상까지 들고 나왔다.

아사카와 마사츠구 ADB 총재는 “ADB는 재생에너지로 투자를 확대하고 석탄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 확대와 석탄 투자 금지도 공언했다.

캄보디아를 비롯해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은 이번 ADB 연차총회에서 내놓은 기후은행 전환 구상에 대해 대체로 찬성하는 분위기다. 기후위기 대응 필요성에 대해서도 역시 공감하고 있다. 아세안 입장에서 기후위기가 매우 심각하다는 공감대가 이미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아세안 지역은 지리적 이점과 천연자원 덕분에 ‘지구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이 됐다. 최근 수십년간 거대한 생산기지가 되면서 환경적 희생을 감수해야만 했다. 현재 아세안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지역이 됐다.

2000년 이후 기후 관련 재해의 40% 이상이 아태 지역에서 발생했다. 기후 재해로 35억명이 넘는 사람들이 피해를 봤고 이 가운데 약 100만명이 사망했다. 매년 사이클론과 살인적인 폭염도 심각한 인적 물적 피해를 주고 있다. 특히 캄보디아를 비롯한 ADB 개발도상회원국가들이 지난 2020년 한 해 동안 기후 재해로 입은 피해액은 670억 달러(약 89조원)에 이른다.

지구온난화.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2.07.05
지구온난화.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2.07.05

◆위기 대응 나선 ADB, 그러나

ADB는 이번 연차총회에서 “2030년까지 개발도상회원국들에 1000억 달러 규모의 기후 금융을 제공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같은 목표를 실현을 위해 이번 연차총회에서 ‘아태기후혁신금융기구(IF-CAP)’를 공식 출범시켰다.

IF-CAP는 신규 기후 금융 프로그램으로 ADB가 이미 지원된 정부 보증부 기후변화 사업을 재보증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ADB는 신용을 보강하고 대출한도를 크게 늘릴 수 있다. 세계 최초로 규모와 범위 면에서 압도적인 ‘원스톱 기후대책 금융 제도’가 탄생하는 셈이다.

각국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투자 확대가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ADB 파트너가 국가 차관 손실분을 보증해주고, 채무불이행 사태가 발생할 경우 IF-CAP 파트너의 보증을 통해 손실을 일부 변제하는 구조다. 기금 공여국이 수혜국의 기후 금융 대출을 보증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ADB는 대출 자원 확대, 민간자본 동원방식 개선 등을 통해 오는 2030년까지 개도국인 회원국에 1000억 달러(USD) 규모의 기후 금융을 제공하기로 했다.

◆“필요한 건 아세안 국가 간 협력 정신”

그런데 훌륭한 ADB 비전에도 우리가 놓쳐선 안 될 게 있다. ADB는 역내 개발투자 촉진과 지역개발을 위한 정책과 계획조정, 기술원조·제공 등의 역할을 한다. 이를 위해 저리의 차관을 제공한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의 당면 문제 해결이 힘들다. 아시아 경제가 단순한 경제문제 수준을 벗어나 환경과 에너지 및 식량 등과 얽힌 정쟁 등 지정학 문제까지 뒤엉켜 있기 때문이다.

21세기 국제사회와 경제의 불안정은 최고 권위의 경제 석학들도 풀기 힘든 문제가 됐다. 게다가 최근 국제 식품 가격 및 에너지 가격은 잠복한 ‘시한폭탄’이다. 작년에 정점을 찍고 완화되고는 있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국제 에너지 및 원자재 가격 인상요인은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

미국이 자국 경제를 위해 추가 통화 긴축을 단행할 가능성도 촉발할 수 있다. 가뜩이나 아시아 개도국 기업들과 가계 부문 부채가 심각한 수준인데, 지구촌 전역에 금융 긴축이 현실화되면 불안정한 시장 상황이 본격적으로 악화해 가장 취약한 아세안 국가들을 위협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관광 등 주력 산업이 붕괴하고 대외 부채가 급증, 재정 정책까지 실패해 지난해 5월부터 공식적인 국가 부도 사태에 직면한 스리랑카 사례에서 나타난 것처럼, 아시아 지역의 각국은 높은 외채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크다. 기업과 가계의 금융 안정성에 대한 위험요소가 늘 상존하고 있다. 이런 취약점은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경험한 은행 부문 문제가 아시아 태평양 지역까지 쉽게 번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아세안 등 아시아 개도국들은 잠복한 지구촌 금융위기에 대비해 달러 외환보유고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자국 통화로 상호 무역 결제를 할 수 있는 협정과 통화 스왑 협정 등 다양한 위기 연착륙 장치를 마련해 둬야 한다.

무엇보다 아시아 회원국들은 대부분 차입국가 입장이다. 다자주의적 견지에서 다른 회원국들과 개발 경험을 분명 공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캄보디아를 포함한 아세안 국가들의 협력 정신은 세계 경제 위기 극복에 가장 강력한 메시지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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