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종교 사역 패러다임 바꿀 수 있는 수단으로 여겨져
목회자 5명 중 1명 “챗GPT 설교 준비 활용 경험 있다” 응답
설교의 ‘디지털화’로 잘못된 정보 주입·종교성 약화 우려도

ⓒ천지일보 2023.04.19.
ⓒ천지일보 2023.04.19.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사회 각계의 충격을 불러일으킨 대화형 인공지능 챗GPT(ChatGPT)는 단연 종교계에서도 화두다. 챗GPT가 설교문과 기도문을 1분도 안 돼 ‘척척’ 써내는 것을 목격한 목회자들은 놀라움을 표시한다. 실제 설교문 작성에 챗GPT를 사용했다고 털어놓는 목회자도 적지 않다. 

교계에서는 챗GPT가 종교 교육 사역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 가능해 보일 정도로 여러 가지 탁월한 장점이 있다고 본다. 반면 목회자들이 AI(인공지능) 기술에 과도하게 의존하면서 영성이 악화될 것이라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 “AI, 정확한 데이터로 교육 담당 가능”

최근 목회데이터연구소와 미래목회말씀연구원의 ‘챗GPT에 대한 목회자 인식과 사용실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목회자 5명 가운데 1명은 챗GPT를 설교 준비에 활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챗GPT 사용 목회자의 81%는 챗GPT의 답변에 대해 ‘신뢰한다’고 답했다. 챗GPT를 목회에 활용할 경우 설교 준비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점 등이 장점으로 꼽혔다. 

이처럼 최근 교회 등 교계에서도 챗GPT와 같은 AI도구를 사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목회현장에서는 챗GPT를 활용할 경우 엄청난 양의 정보들을 효율적으로 전달해주고, 다양한 관점의 정보들을 폭넒게 제공함으로써 유연한 설교를 도울 수 있다는 점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서울에서 사역하는 한 목회자는 “AI가 성도들 관리, 교회 행정과 방송 운영은 물론 연주와 찬양인도까지 할 수 있다”며 “말 그대로 교회의 모든 일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아신대 교육연구소가 이 학교 교수 5명과 함께 출간한 책 ‘챗GPT 목사님, 안녕하세요’가 종교 서적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4일 열린 출간 기념 포럼에서 저자 중 한명인 김학봉 아신대 교수(조직신학)는 “방대한 데이터베이스에 기반해 신학적으로 오류가 없는 적절한 답변을 성도들에게 줄 수 있다면 교회가 교육 목적으로 AI목사를 청빙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체계적이고 풍부한 신학적 지식을 갖춘 AI 목사가 지식에 기초해 새신자들의 고민과 질문에 적절한 답변을 제공해주고 성경 공부와 교리교육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심지어 신학의 역사와 내용 면에 있어서는 인간 신학자와 사역자보다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AI 답엔 영혼이 비어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의 영성 부재 등 목회자들 사이에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독일의 바덴복음주의 교회에서 디지털 윤리와 신학을 연구하는 게르노트 마이어 박사는 독일 기독교언론 IDEA와의 인터뷰에서 “교회가 AI를 다룰 필요가 있다는 데 동의한다”면서도 ‘디지털화’의 오류를 우려했다. 예컨대 “하나님은 여러 형상을 갖고 계시는데 AI가 하나님의 형상을 표준화하기 위해 남성의 건강한 신체만 노출시킬 수 있다”고 마이어 박사는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켄터키주의 목회자이자 신학교수인 허셜 요크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챗GPT의 응답에는 영혼이 비어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챗GPT에게 설교를 위해 어떤 종류의 텍스트를 참조하는지 물었을 때 “자신은 AI 언어 모델로서 개인적 ‘신앙’이나 종교적 관련성”을 맺지 않는다고 답했다.

즉, 일반적으로 훈련 데이터와 기독교 신학 및 예배 ‘지식’에 의존한다는 설명이다. 

이 외에도 챗GPT를 사용할 때 편견에 빠지거나 경서를 왜곡한 틀린 정보가 유입될 수 있고, 새로운 해석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목회자와의 소통이 단절될 수 있고, 목회자와 상담하기 보다는 챗GPT에 의존하는 빈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교계에서는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목회 환경의 변화가 가속화 할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이에 목회자들이 무엇보다 영적 지도자임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는 당부가 나온다. 

장재호 감신대 교수는 지난 11일 ‘챗GPT의 목회적 도전’이라는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목회 윤리적 차원에서 과학 기술의 방향성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고,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성경적 가르침을 다시 회복하도록 힘쓰며 영적 관심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안종배 한세대 교수 역시 발제를 통해 챗GPT시대 영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긍정적 변화를 위해 한국교회가 초대 교회의 본질 회복과 공동체성 강화에 힘써야 한다는 제언을 더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