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태 중국 월수외국어대 한국어학과 교수

 
국민의 의사소통 수단으로 표준어의 역할이 자못 크다. 그동안 표준어 사용과 이를 풍부하게 가꾸려는 노력은 국민·사회 통합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방언이라도 실생활에서 많이 쓰이는 경우 표준어가 되는 계기를 제공했다. `내음' `짜장면' `멍게' `빈대떡'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표준어가 국가 공통어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표준어와 방언 교육에 대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이는 다문화사회 형성과 세계화 시대에 소통의 원활함, 사회적 연결망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1990년대부터 국제결혼이민자, 외국인 근로자들이 국내에 유입된 이래 언어 차이로 인한 혼란이 지속적으로 야기되어 왔다. 도시문화와 농어촌문화, 지역에 따른 삶․사회·문화적 배경의 다름에 기인한다.

표준어와 방언은 대립이 아닌 서로 공존·보완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방언은 크게 지역 방언과 사회 방언으로 양분되어 진다. 지역 방언은 특정 지역을 대표하는 순우리말로 지역의 전통·문화·역사 등이 스며들어 있어서 우리말을 풍부하게 하는 자산이라고 볼 수 있다. 그동안 국내외적으로 한국어 교육은 표준어 중심 교육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방언 자체를 열등한 언어로 치부하는 경우도 많았으며 지역 방언은 점점 소멸되어가고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 심지어 한국어를 전공하는 학생들조차 서울말에 방점을 두어 서울말을 표준어로 단정하는 고정관념을 가진 경우도 있다.

한국어 교육이 표준어 규제 일변도여서는 안 된다. 유연한 교육 전략으로 선회할 필요가 있다. 지역 방언의 이해,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교육이 요구된다. 그럴려면 표준어와 방언 사이에 어떠한 편견이나 언어적 우열성이 없다는 데 인식을 같이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표준어와 방언을 이분법적 시선으로 봐서는 안 된다. 방언이 소멸된다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 수 있는가? 우리 민족의 문화·지혜·얼이 사라질 수 있다. 이는 미래의 통찰력을 얻는 데 한계를 가져다 준다. 반면 표준어만 사용한다면 언어·문화의 다양성이 훼손될 수 있을 것이다.

방언의 사용이 구성원들 간의 동질감을 해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지역 언어·문화를 존중한다. 유네스코에서도 방언의 보존과 장려를 권장하고 있지 않은가? 물론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 교육에 있어서 방언의 교육과 사용은 외래어 사용과 더불어 언어적·심리적 부담 및 혼동을 줄 수도 있다.

국외에서 이뤄지는 의사소통의 현실은 표준어 일색으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 필자가 한국어 전공 중국 학생들을 인솔하여 현지 한국회사를 방문하다 보면 방언 사용이 심한 기업체 관계자들을 만나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방언을 많이 쓰는 기업체 담당자와 직무를 수행하는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지역 방언과 문화를 이해하고 분별하여 사용할 수 있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 방언에 대한 관용적 태도와 지속적인 학습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국립국어원 조사에서도 국민 60%가 방언을 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한국어 교육은 표준어 중심의 교육을 근간으로 방언 사용 전략·정책이 시행되어야 한다. 그동안 방언의 가치와 역할을 인식은 하되 사용법과 다양성을 높이는 교육은 부족하였다. 방언과 지역문화에 우호적이어야 언어의 다양성 보장과 사회통합에도 기여할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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