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에도 방법이 있다. 측은하다고 마냥 쌀이며 생필품을 지원해 준다한들 그들이 가난을 벗어날 수는 없다. 이러한 지원으로 밥을 굶지는 않겠지만 궁극적으로는 그들이 현재의 환경을 개선해 볼 수 있는 방법의 지원이 필요하다. 직접 자신의 환경을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를 불러일으켜 그 활동을 이끌어 주는 것이 어렵지만 올바른 길이다.

예로부터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이 가난, 태생적인 환경을 바꾸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과거에는 열심히 노력하면 개천에서 용이 난다며 어려운 가정에서도 희망이 피어났다. 그러나 요즘에는 이러한 희망이 없어졌다. 날 때부터 부유하지 않으면 공부도 출세도 어려워진다. 양극화의 갭이 너무 벌어졌고 이를 매개하는 계층은 고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으름을 부리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는데도 한평생 그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이라면 무엇을 위해 열정을 불태우겠는가. 반면 부유층은 열심히 일을 하지 않아도 점점 그 세가 확장되어진다. 경기를 살려 보겠다고 법인세며 취득세를 인하하고 종합부동산세를 폐지하는 등으로 가진 자들의 자산 증식에 유리한 정책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어느 한 층이 유리해지면 다른 한 층은 불리해진다. 부유층이 유리해지니 서민들은 점점 코너에 몰린다. 없는 살림은 더 초라해지고 신분상승은 꿈도 못 꾸며 사회는 양극화의 각을 뾰족하게 세우게 되는 것이다. 정치는 소득의 재분배를 통해 이러한 양극화의 갭을 줄이고 중산층의 비중을 늘려 가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이처럼 근본적인 조정을 통해 사회구성원의 고른 발전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청년실업을 줄여 보겠다고 공공기관의 정원을 늘려 신규채용을 확대하겠다는 방안은 이러한 근원적인 문제를 보지 않고 당장의 현상을 해결하겠다는 무대포 대책이다. 현재 공무원의 수도 많다며 최적화를 통해 소수정예로 운영하자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 갑자기 청년들의 실업을 해결하겠다며 공기관 정원을 늘리겠다니 급해도 너무 무리한 수를 내세웠다. 공공기관은 일반 기업처럼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그들은 국민의 삶의 질의 향상을 위한 복지와 서비스를 위해 일하며 국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된다. 결국 청년실업자들을 고용해 지금 한 사람이 맡은 업무를 나눠서 둘이나 셋이 분담하고 급여는 두세 배의 증가를 가져올 뿐이다. 이는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며 경영의 효율성도 우리 청년들의 열정도 고려하지 못한 처사이다. 게다가 공기관의 경영실적 평가를 보면 운영성과가 마이너스를 면치 못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현재의 조직의 운영도 마이너스인데다 인력까지 늘여서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답이 안 보인다.

청년실업의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그러나 이런 식은 해결방법이 되지 못한다. 앞서 가난의 구제를 쌀의 지원만으로 해결할 수 없었듯이 청년실업 역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사회가 가진 구조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고 이들이 사회와 기업의 생태계 안에서 스스로 순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가난을 나라님도 구하지 못하듯 임기응변의 팬서비스는 오히려 분란만 일으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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