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대통령을 배출한 여당은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며 화합과 단결로 정권이 성공적인 집무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한다. 따라서 집권당과 대통령의 소통은 나라의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한 대목이다. 그러나 이번 정권의 경우 원활한 소통이 되지 못하는 모양새이다.

대통령은 여당 지도부와 만나는 일이 손가락에 꼽을 만큼도 되지 못하고 있으니 서로를 잘 알고 있다고 해도 변하는 마음들을 모두 읽지를 못했다. 대통령의 집무실은 겹겹이 차단되어 있고 필요한 대화는 한다고 하지만 얼굴을 보며 대화를 하는 것과는 다르다. 정권의 입법을 좌지우지 하는 집권당의 원내대표는 정권지도자인 대통령과의 정치코드가 맞아야 한다. 대통령의 정치철학을 이해하고 이를 지지하는 국정노선을 펼쳐야 하는데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러한 기본원칙에 충실하지 못하였다. 독자적인 의견을 고집하다보니 갈등은 필연이 되고 급기야 대통령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결과를 맞이하게 됐다.

뒤늦게 청와대와의 소통의 부재를 사과했지만 이는 또 한 번 소통되지 못하는 정부의 모습을 보여줘 국민들을 볼 낯이 없게 만들어 버렸다. 무슨 변괴인지 해마다 국정을 좌지우지하는 큰 재난이 찾아와 정부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일반적인 상황이어도 소통의 부재는 업무의 진행을 원활하게 하지 못하는데 재난의 상황은 이러한 갭을 더 크게 보이게 한다. 우왕좌왕하는 사이 피해는 더 커지고 호미로 막을 사태가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최악의 사태로 치닫게 한다.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이러한 모습들이 적나라하게 전송돼 그동안 높여 놓았던 국가 이미지마저 타격을 받고 있다.

청와대로서는 무력한 모습의 정부로 보이는 이미지를 전환하는 카드로 유승민 원내대표를 부각하는 모양새이다. 어느 면으로 보나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과가 탐탁지 않아 보일 것이다. 이미 대통령은 그의 처신에 대해 배신의 정치로 강력한 비판을 하며 국회법 개정안의 거부권을 행사했다. 대통령 분노는 수위가 꽤 높았던 만큼 쉽게 그를 의지하며 국정을 의논하지는 못할 것이다. 대통령과 여당을 동일시하는 우리의 정치특성상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수용할 수 없는 입장이 된다.

유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측근자들의 공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공개사과를 해 이들의 집단 비판을 피하려고 했지만 정치공학상 이도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은 자의든 타의든 정리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는 가뜩이나 할 일을 태산처럼 쌓아 놓은 의원들에게 그의 거취를 고민하게 만들며 국정을 지체하게 하고 있다.

믿을 수 없는 집단이 돼버린 정치권은 자신들의 텃밭 싸움에 기를 세우는 동안 오랜 가뭄에 불타오르는 대지처럼 국민들은 생활고로 말라가고 있다. 모습은 어떻든 뭐 하나 내세울 것이 없는 현 정권은 국민은 물론 의원들도 등을 돌리게 만들고 있다. 그들의 무기력과 무능의 얘기가 한두 번이 아닌 마당에 이제 서로가 대놓고 네 탓 내 탓을 하는 모습은 믿음을 논하기 어려운 모양새이다. 누가 배신의 모습을 했는가는 본인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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