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잘 되면 내 탓이요 안 되면 남의 탓을 하는 심성이 일반화된 것일까. 모든 일들에 겸손이 빠져 버렸다. 누구든 꼬투리만 잡히면 지위나 나이 고하를 상관하지 않고 SNS로 융단 폭격을 해댄다. 대통령부터 개인까지 상대를 불문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비난은 물론 육두문자도 거침없다. 이러한 네 탓 내 탓에 질려버린 사람들은 이제 아예 정치라면 고개를 돌려 버린다.

그렇게 담을 높게 쌓아 버리고 나몰라라 하는 결과는 오늘의 그리스 사태를 보면 된다. 그래도 한때는 잘나가는 유럽의 부국이었다. 천혜의 자연자원과 문화자원으로 관광산업만으로도 먹고 사는 데 걱정이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들은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다. 재정이 부족하면 빌렸고 미래는 또 어떻게 되겠지 하며 늘 하던 대로 살다가 결국은 국제금융기구의 구제금융을 받게 됐고 연장을 신청했지만 변화가 없는 그들의 모습에 더 이상의 연장이 이루어지지 못해 지금은 파산에 직면하는 처지가 됐다.

그렇다고 재기의 몸부림이 적나라한 것도 아니다. 젊은 총리는 자존심을 내세우며 국제금융의 의도와는 다르게 자신의 의견을 고집하고 있고 대다수의 국민들은 어느 정도 체념을 한 것인지 별다른 대응이 없다. 이미 5년 전부터 구제금융 덕분에 긴축재정은 시작됐고 안 그래도 수익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압박을 받으니 사업은 더 힘들고 덕분에 실업률은 올라가고 물가는 높아지고 작금의 우리와 다르지 않은 상황이 됐다. 게다가 출산율도 낮아서 2060년이 되면 전체 인구가 지금의 76.9% 수준으로 줄어들고 10명 중 6명이 고령의 인구가 돼 생산활동인구가 매우 부족한 미래를 예측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힘이 빠진 것인지 될 대로 되라고 포기한 것인지 파산에 직면하고도 조용하다.

미움과 증오보다 더 슬픈 것이 무관심이라고 한다. 바로 옆에서 누가 죽어도 아무런 관심이 없는 중증의 무관심으로 오늘의 사태를 만들었다. 이제 은행이 정상 가동이 되지 않고 인출금의 제한으로 현실적 제재가 닥치자 공포에 질려가고 있다. 과거 호사스런 문화와 경제력이 이제는 없다. 어떻게든 다시 일어서야 하는데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 암담한 미래에 국민들의 호응이 없다. 투표로 갈 길을 정한다지만 이는 이미 자신의 의지를 놓고 시작하는 일이다.

외려 지금보다 더 졸라매서 상환을 독촉하는 국제금융기구 요구에 저항하자는 젊은층의 의견이 격렬하다. 어차피 요구를 들어주나 반대하나 배고픈 상황은 변함이 없을 텐데 그럴 거면 자존심을 지키자는 생각이다. 이에 힘을 실은 젊은 총리는 국민들에게 반대표를 호소하고 있다. 자존심을 지키자는 명분이지만 현실적인 대책은 없다. 한마디로 우리 의견은 이렇다는 무대포이다.

체제가 무너지면 혼란을 동반한다. 기존의 체계를 유지하려면 그 대가를 치러야 하고 이를 고사한다면 혼란을 감당해야 한다. 우리나라라면 어느 쪽을 택할 수 있을까. 18년 전 우리에게 외환위기가 처음 닥쳤을 때 우리는 국제금융기구의 요구에 과하다 싶을 만큼 적극적으로 응하며 기업 구조조정은 물론 금모으기 운동으로 빠르게 빚을 갚았었다. 만약 지금 우리가 그리스의 상황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분명 과거와는 또 다를 것이다. 변화무쌍한 세계 경기에 풍족하지 못한 유동성으로 돌리는 국가경제이니만큼 안일함과 무사태평이 아닌 긴장과 유연한 전술로 짧지 않을 세계 경제의 혼란 시기를 잘 넘어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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