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권한은 행사하면서 책임을 상실한 정치가 지금 우리가 마주한 현실이다. 권한을 가진 사람들은 제 권한의 행사를 한다. 그러나 그에 대한 책임을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나에게 주어진 권한으로 요건이 충족돼 권한을 행사했고 그 다음에 일어나는 변수와 사고들은 재난일 뿐이라는 것이다.

언론과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이슈가 되고 문제로 부각된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러나 트렌드에 좌우되지 말라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쏟아지는 비난을 피할 것인가를 고민하지 말라는 것이다. 지금은 비밀이 없는 시대이다. 모를 것 같지만 수천의 눈이 지켜보고 있고 시간이 지나면 그 발원지까지 적나라하게 밝혀지는 시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혼란을 야기할 것이란 미명 아래 메르스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지 못했다. 결국 언론과 국민의 비판에 밀려 지체된 대처로 온 나라 안에 전염병이 창궐하는 사태를 맞게 했다.

이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금까지의 우리의 정치 스타일이다. 목적하는 것을 품고 있으며 주변의 이슈가 될 만한 것들에 적극적인 지지와 홍보를 펼친다. 그 이유는 이슈의 문제를 부각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품고 있는 것을 성취하기 위해 이슈를 이용하는 것이다. 정치인도 정치도 자신의 안위와 출세가 최우선으로 자리 잡고 있는 한 이러한 행태는 변하지 못할 것이다. 이제껏 습관처럼 해왔던 행동이기에 이번 메르스 사태도 내가 품고 있는 목적이 아니었기에 남의 일처럼 방관했던 것이다. 이렇게 커질 일이 아님에도 어이없이 온 나라가 메르스에 점령당하며 우리 정부는 국내외로 무기력함을 내보이고 말았다.

대응능력은 물론 프로세스의 지체와 관련정보의 지나친 집착으로 통제불능 상태를 초래함에 그동안 보이던 모습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첨단기술을 선도하는 국가로,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발전하는 전도유망한 국가의 모습에서 물음표를 남기며 그 가능성에 의구심을 품게 했다. 비단 메르스뿐만이 아니다. 그동안 일련의 외교 대처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적시에 항의하고 요구사항을 내세워야 함에도 미적거리다 뒤늦은 핑계 아닌 핑계로 뒷말만 무성한 모습을 보였으니 이러저러한 조각들을 끼워 맞추면 물음표의 그림에 확신을 갖게 된다.

한순간에 정부와 지도자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그뿐만이 아니라 국가이미지까지 흔들리고 있다. 제 권리를 제대로 행사 못한 국민의 책임이 가장 크다. 방관하며 뒤로 빠져 있다 뒷말만 하고 답답하다며 거리로 뛰어나올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의사 표시로 필요로 하는 정책, 그 정책을 구현할 수 있는 정치인을 선택하는 온전한 권리를 제대로 행사해야 할 것이다. 유권자로서의 권리뿐 아니라 국민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해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고 넘치는 곳은 짚어주는 적극적인 참여로 우리의 모습을 발전시켜 내야 한다. 방치한 시간은 되돌아오지 않고 그 대가는 반드시 치러지게 된다. 국가 이미지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미지의 추락은 한순간이다. 희망의 아이콘으로 신뢰의 이미지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전 국민의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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