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제나라 환공에게서 환대를 받은 중이 일행은 그가 죽자 제나라의 환란이 걱정스러웠다. 망설이고 있는 아내가 측근들과 합심하여 중이를 술 취하게 만들어 수레에 태워 떠나보냈다.

도중에 숙부 구범과 언쟁은 있었으나 그들은 조나라에 도착했다. 조나라에서 봉변을 당할 뻔한 중이는 대부 희부기의 배려로 대접을 잘 받았다. 그들은 길을 떠나 송나라로 가서 그곳에 머물렀다.

송나라 양공은 때마침 초나라와 싸워 패한 데다가 그 자신도 홍수 싸움에서 부상을 입고 있었다. 그러나 중이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군주와 동등한 예를 갖추어 일행을 대접했다. 송나라 사마 공손고는 예전부터 구범과 흉허물 없는 사이였다. 그래서 공손고는 그에게 이렇게 충고했다.

“우리나라는 작은 나라이고 지금 어려움에 처해 있는 형편일세. 우리로서는 대접하기 어려운 처지니 어디 딴 큰 나라로 옮겨가는 게 좋겠네.”

그래서 일행은 송나라를 떠나 정나라로 갔다.

그러나 정나라 문공은 그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때 대부 숙점이 군주에게 간했다.

“진나라 중이 공자로 말하자면 매우 총명하고 더구나 그 분을 따르는 부하들도 모두 일국의 재상감으로 부끄러움이 없습니다. 그리고 두 나라는 동성 사이로 진(晋)나라의 조상은 무왕(武王)으로부터 시작됐습니다. 그러므로 예의에 벗어나서는 안 됩니다.”

정나라 문공이 그 말에 답했다. “그렇지만 여러 나라의 공자들이 찾아오고 있는데 일일이 상대해 줄 수는 없지 않소.”

“그러시다면 차라리 죽여 버리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장차 반드시 우리나라를 위협하는 존재가 될 것입니다.” 문공은 그 말도 무시해 버렸다.

중이 일행은 다시 남쪽의 큰 나라인 초나라로 향했다. 초나라에서는 성왕이 제후와 똑같은 예를 갖추어 중이를 맞이했다. 분에 넘치는 대접이라고 중이는 정중하게 거절하려고 했다. 곁에 있던 조쇠가 나섰다.

“받아들이십시오. 나라를 떠난 지 어느덧 십여년이나 되는 사이에 큰 나라는 말할 것도 없고 작은 나라에서도 푸대접만 받아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나라에서는 큰 나라이면서도 공자를 빈객으로 정중히 맞이하였습니다. 물리쳐서는 안 됩니다. 이는 곧 하늘의 보살핌이십니다.”

중이는 빈객의 예를 갖추고 성왕을 만났다. 성왕은 중이를 정중하게 대접했다. 중이의 태도가 너무도 겸손하므로 성왕은 농담을 했다.

“귀공께서 앞으로 뜻한 대로 귀국하시면 나에게 무슨 선물을 보내 주시겠습니까?”

“새의 깃털, 짐승의 모피, 상아, 옥백(구슬과 비단) 등은 군왕께서 얼마든지 갖고 계시니 무엇을 바쳐야 할이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무엇 한 가지쯤 선물을 받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하시지요. 가령, 장래에 어쩔 수 없이 대왕의 군사들과 우리가 싸우게 될 때에는 우리 군사가 구십리를 후퇴하기로 하겠습니다.”

뒤에 그 말을 전해들은 초나라 장군 자옥은 몹시 화를 냈다. “성상께서는 상대가 진(晋)나라 공자이기 때문에 분에 넘치는 대접을 하셨습니다. 그런데도 중이는 도대체 분수를 모르고 있습니다. 제발 그 자를 죽이라고 명령하십시오.”

“안 되오. 공자는 오랫동안 국외를 떠돌아다니면서 고생한 끝에 얻은 체험으로 지금은 총명해졌소. 부하들도 모두 한 나라의 재상감이오. 이것이야말로 하늘이 정하신 바요. 죽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오. 지금의 그의 입장으로는 그밖의 어떤 대답을 하겠소?”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