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진(晋)나라 헌공이 죽고 중이의 아우 이오가 왕위에 올랐다. 그가 혜공이었다.

혜공은 망명지에 있는 형 중이가 항상 마음에 걸렸다. 즉위 7년째에 전날의 환관이었던 이제를 보내 형을 암살하도록 명령했다. 그 사실을 재빨리 알아차린 중이는 측근 조쇠 등과 의논하고 적나라를 떠나 제나라로 들어갔다.

제나라 환공은 그들을 크게 환영하고 친척 중에 아가씨 하나를 중이에게 시집보냈다. 그뿐만 아니라 말을 80마리나 선물했다.

여기서 중이는 자리를 잡았으나 그 이듬해에 환공이 죽고 수조 일당이 내란을 일으켜 나라 안이 어지러웠다. 효공이 뒤를 이었으나 국력의 쇠약을 막을 길이 없고 각국의 군사들이 가끔씩 침공하기에 이르렀다.

중이가 제나라에 머문 지도 어느덧 5년째가 되었다. 중이는 제나라에서 맞은 부인을 매우 사랑해 이제는 제나라를 떠날 생각마저 잊고 있었다.

어느 날 조쇠와 구범이 뽕나무 아래에서 떠날 것을 몰래 의논하고 있는데 우연히도 그 나무 위에 올라가 있던 중이 부인의 시녀가 엿듣고 말았다. 시녀는 당장 그 사실을 부인에게 고해 바쳤다.

그러나 그 부인은 그 시녀를 죽이고 중이에게 하루라도 빨리 제나라를 떠나라고 권유했다. 중이는 그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평생을 무사하게 지낼 수 있다면 다른 일은 아무 상관없소. 나는 이 고장에다 내 뼈를 묻을 작정이오. 딴 곳으로 갈 생각은 없소.”

그러자 부인이 냉정하게 말했다.

“당신은 진나라의 공자입니다. 지금은 이렇듯 망명객으로 계시지만 당신 나라 백성들은 모두 당신에게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본국으로 돌아가 애쓰는 모든 사람들에게 보답해야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같은 여자에게 정신을 쏟다니 있을 수도 없는 일입니다. 당신이 그런 뜻이 없으시다면 성공이란 이루지 못할 것입니다.”

그녀는 조쇠 등과 일을 꾸며 중이를 잔뜩 취하게 한 다음 수레에 태워 떠나게 했다. 중이가 수레에서 깨어났을 때는 이미 먼 고장에 이르고 있었다.

술이 깬 중이는 미쳐 날뛰며 창을 들어 숙부 구범을 찔러 죽이려고 했다.

“저를 죽이시고 대업을 성취하신다면 어서 마음대로 하십시오.”

화가 난 중이가 대거리를 했다. “내가 대업을 성취하지 못하면 숙부의 살을 씹어 먹겠다.”

“그때는 이 구범의 살이 썩어 있을 터인즉 먹을 수 없을 것입니다.”

시간이 흘러 언쟁이 수습된 그들 일행은 곧장 조나라를 향해 떠났다.

조나라에 도착하자 조나라 공공(共公)은 그들을 냉정하게 대했을 뿐만 아니라 중이의 통갈비대(뼈가 하나로 된 힘센 장사)를 보고 싶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때 대부 희부기가 공공에게 간언했다. 

“공자께서는 매우 뛰어나신 분이며 더구나 저희 군주와는 동성이 아니십니까? 어려움에 처해 우리나라에 들르셨다는데 그와 같이 무례하게 대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러나 공공은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희부기는 남몰래 중이에게 음식을 보내고 음식 그릇 속에 벽옥을 넣었다. 중이는 음식은 감사히 받아들였으나 벽옥은 물리치고 말았다.

그 뒤 중이 일행은 조나라를 떠나 송나라로 가서 그곳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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