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권 논설위원

 
‘천인계획(千人計劃).’ ‘만인계획(萬人計劃).’

중국이 전 세계 고급 두뇌들을 자국으로 흡수하기 위한 해외 고급인재 사냥 정책이다. ‘천인계획’은 중국 정부가 ‘1000명의 세계 최고급 인력을 중국에 오게 하자’는 목표로 2008년부터 실시한 대표적인 국가급 해외 고급브레인 유치 사업이다. 고급인재로 선발되면 외국인 ‘하늘의 별따기’로 불릴 정도로 받기가 까다로웠던 영주권 또는 장기 거주비자 발급 대상이 된다. 1인당 최대 100만 위안(약 1억 7000만원)의 보조금도 지급되고 주택 및 세금, 보험, 자녀 교육 및 배우자 취업 등에서 파격적인 우대혜택을 누릴 수 있다. 중국 정부는 또한 2012년 9월부터는 향후 10년 동안 자연과학, 철학, 사회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가급 고급인재 1만명을 키우겠다는 ‘만인계획’이라는 국가 인재 육성 프로젝트도 전개 중이다. 이에 따라 ‘기회의 땅’을 찾아 해외에서 중국으로 회귀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 모태는 ‘863계획’이다. 이는 세계수준을 따라잡기 위해 중국의 첨단기술발전이 필요하다는 과학자들의 건의에 따라 등소평의 지시로 1986년 3월 수립된 ‘첨단기술연구발전계획’을 말한다. 이로써 중국첨단기술의 연구개발실시가 강화됐다. 특히 중국의 미사일과 핵·항공우주 관련 기술은 863계획 확정 이후 대규모 투자의 결과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인 바 있다.

우리도 해외에 있는 인재의 국내 창업 유도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해외에 거주중인 유학생·연구원·외국기업 임직원이 국내로 돌아와 창업하면 거주·교육·의료 등의 측면에서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야심작에 해당하는 창조경제 프로젝트가 여태 가시적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독보적인 기술이나 특허를 가진 인재가 안정적인 생활이 보장되는 대기업 대신 창업 전선으로 나오도록 하자면 특단의 유인책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벤처 창업이 활성화되면 작금 악화일로를 치닫는 청년실업도 완화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정부는 벤처기업 창업자에게 병역 특례 혜택을 주는 방안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공계 석·박사 학위 보유자가 연구기관에서 36개월 근무하면 군복무를 면제해주는 현행 ‘전문연구요원 제도’를 벤처기업 창업자에게도 확대적용하는 방식이다. 창업 희망자가 병역에 대한 부담없이 창업에 나설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주자는 발상이다.

그러나 미안하지만 이 같은 아이디어는 탈선에 가깝다. 현행 ‘전문연구요원제도’를 벤처 창업자에게도 적용하자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과도한 특혜가 아닌 다른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속된 말로 돈만 있다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벤처를 창업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특정계층, 기득권층, 부유층에만 혜택이 돌아갈 수 있게 해서 되겠는가. 정부 방침은 병역 혜택 범위를 전문연구요원에 준하는 기술이나 특허 등을 가진 벤처 업체로 제한한다는 내용이다. 엄격한 제한을 두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종 병역 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게 명약관화하다. 정부가 굳이 부유층의 합법적인 병역면제 수단을 제공해 주는 셈이 될 수 있다. 병역 특혜를 노린 가짜 창업자도 생길 수 있다. 우리의 경우 병역 문제는 가장 민감한 사항 중 하나이므로 일반 서민 계층과의 형평성 문제도 불거질 일이다. 정치인, 스포츠 선수, 연예인 등이 각종 탈법적인 방법으로 병역을 회피하다 적발된 사례가 계속되고 있고 그로 인해 국민들 사이에 위화감이 발생하고 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 등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딴 운동선수에게 병역면제 혜택을 주는 병역법 조항도 논란의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고 있다. 그들이 아무리 인기선수나 스타라고 하지만 고액의 연봉과 함께 병역 혜택까지 너무 쉽게 주는 것은 국민법감정을 벗어난 것이므로 조건을 더욱 까다롭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그런 상황에서 대체로 부모 잘 만나 경제 사정 넉넉한 집안의 자제라야 가능한 벤처 창업자에게까지 병역 특례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니 국민 여론이 들끓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사출시험도 마찬가지다. 물론 일차적으로는 유비무환(有備無患)이다. SLBM의 전력화와 실전 배치 가능성 등 북한의 위험천만한 도발에 대한 대응책은 신속하고도 치밀하게 마련돼야 한다. 바닷속에서 활동하는 잠수함은 추적이 쉽지 않다. 예산 타령만 할 게 아니라 효과적인 포착·격퇴 방안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이 또한 북한이 무력과시를 통한 한·미 관심끌기와 향후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사전포석 전략일 가능성에도 주목해야 한다. 수중 발사했다고 주장한 탄도 미사일은 한반도에 닥친 실질적 위협 수준까지는 아니라는 미국 북한 군사 전문가들의 진단도 나오고 있다. SLBM이 아직은 초기 개발단계로 연구-시험-개발-평가 등 고도의 기술 검증 과정을 거쳐 실전 배치까지는 수년이 필요한 만큼 과대 해석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벤처기업 활성화를 통한 경제살리기와 물샐 틈 없는 국방 정책은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힘차게 나가야 한다. 그러나 본질을 벗어난 ‘오버’는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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