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권 논설위원

 
내수와 수출 모두 빨간불인 한국 경제. ‘경기침체+물가하락’이라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4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에 비해 0.4% 상승하는 데 그쳤다. 1999년 7월(0.3%) 이후 최저치며 5개월 연속 0%대다. 담뱃값 상승에 따른 물가상승분을 고려하면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사실상 마이너스이다. 여기에 한국 경제 성장의 동력인 수출도 침체일로다. 4월 수출액은 462억 달러. 작년 같은 달보다 8.1% 감소했다. 4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고 감소폭마저 계속 커지는 추세다. 마이너스 성장이 이어지면서 수출도 비상이다. 무역수지는 84억 9000만 달러 흑자로 2월부터 매달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기업이 내수 부진에 허덕이며 설비투자를 하지 않아 원자재 수입이 많이 줄어든 탓이다. 수입(377억 3000만 달러)은 17.8% 줄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특성상 수출 악화는 경제성장에 큰 충격을 안겨준다.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경제 주체들이 소비와 투자를 미루게 돼 경기가 수렁으로 빠져든다. 현 정부의 창조경제라는 구호가 약발이 통하고 있기는 한가.

세계경기도 저조한 흐름이다. 올해 1분기 세계 70개국 상품 수출액은 9.1% 감소했다. 반면 일본은 수출이 늘어나고 있다. 적극적인 통화정책에 따른 엔화 약세가 일본 제품의 수출경쟁력을 높이며 경기활성화의 견인차가 되고 있다. 경기 침체는 주위 자영업자들의 아우성으로 이미 피부에 체감되고 있다. 작년에도 경기가 최악이라고 했다. 하지만 올 들어 “지난해보다 더 힘들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말만 좋고 허울만 좋은 중산층이다. 세금폭탄에, 임대료에, 직원 월급에, 보험료에, 국민연금에 모두 울상이다. 셔터 문을 내리는 가게가 우후죽순처럼 늘고 있다. 월급소득자들도 마찬가지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전셋값으로 무주택자들은 대출 이자 갚느라 허리가 휜다. 주거비, 생활비, 교육비, 의료비 등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가계부채라는 폭탄을 안고 있는 가정이 부지기수다. 돌파구는 없는가.

그런데도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2주 연속 상승해 39%를 회복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성인 1005명에게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지 잘못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지 질문한 결과, 39%는 긍정 평가했고 52%는 부정 평가했으며 9%는 의견을 유보했다. 우리는 통계숫자에 냉철해야 한다. 2명 중 1명은 박대통령이 직무를 잘못 수행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는 점을 외면해선 안 된다. 최근 실시된 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이 3곳, 무소속이 1곳에서 당선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참패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동네선거, 미니선거에 불과했다. 투표율도 36%에 머물렀다. 새누리당은 야권이 분열하는 바람에 어부지리를 얻어 승리한 것이었다. 먹고 살기조차 빠듯한 서민들이 ‘그들만의 잔치’인 선거니 정치에 무슨 관심을 쏟을 여력이나 있었을까.

프로야구의 예를 들어보자. 프로야구 한화가 올해 페넌트레이스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한화가 승승장구하는 배경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지난해 최하위팀인 한화는 선수들이 똘똘 뭉쳐 하고자 하는 강한 의욕으로 투지를 불사른 덕에 귀감이 되고 있다. 그러나 한화의 성공스토리엔 김성근 감독의 용병술이 가장 컸다(빈볼시비와 승부에의 지나친 집착은 옥의 티였지만). 필자는 중고교 때 스포츠신문에 실린 김 감독의 관전평을 재미있게 읽으며 야구 관전 재미에 눈을 떴다. 김 감독이 꼭 필요한 선수와 코치를 애써 스카웃하고 지난 스프링캠프에서 신구조화를 이뤄 시너지를 내도록 잘 준비했다. 투타 모두 견실해졌다. 뿐만 아니라 경기 중 맞닥뜨리는 고비고비마다 특유의 번득이는 야구 혜안으로 이른바 ‘신의 한 수’를 던지며 승리를 지켜내고 있다. 프로야구에서도 리더십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반증이다.

필요한 것은 개혁이다. 저성장·저물가의 고착화로 빚어진 장기적인 불황에서 헤어나게 할 인물이 필요하다. 45만명이 넘는 청년실업자에게 안정된 일자리를 마련해줘야 한다. 소비와 투자를 촉진해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면서 성장동력을 키우고 자영업자가 살아갈 길을 터줘야 한다. 이노베이션, 즉 경제혁신을 통해 창업을 활성화하고 신기술이 개발되도록 독려해 경제라는 바퀴가 신바람나게 돌아가게 유도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집권 후반기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려면 진용을 새로 짜야 한다. 사람을 바꿔야 한다. 총리인선에는 지역안배를 너무 고려하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총리로 낙점해야 한다. 경제팀 외교팀도 대폭 수술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여기에 만에 하나라도 문고리 3인방으로 인한 인(人)의 장막은 없는지 점검하며 국정을 직접 챙겨야 한다. 작금 뜻있는 사람들 사이엔 의견이 일치되고 있다. 그것이 무엇일까. 그것은 실패한 경제와 굴욕적인 외교를 다시 살려낼 제갈공명이 필요하며 또한 남북경제협력에서도 남·북한이 서로 윈윈하는 모티브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이 납득할 만한 인적 쇄신이 급선무다. 국정을 이끌어갈 동력을 되찾아야 한다고 통계숫자가 웅변하고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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