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권의 느낌표!] 당신은 행복한가?
[한병권의 느낌표!] 당신은 행복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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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권 논설위원

 
달라이 라마는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학자인 하워드 커틀러로부터 “당신은 행복한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조금도 망설임 없는 그의 대답은 “그렇다”라는 것이었다. “외롭지 않은가?”라는 물음에 대해서도 달라이 라마는 “전혀 외롭지 않다”고 대답했다. 그 자신 매순간 모든 인간 존재와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기 때문에 외롭지 않다고 했던 것이라고 한다. 달라이 라마는 주위 사람들을 볼 때 늘 긍정적으로 보며, 나와 공통된 점,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들을 발견하기 때문에 늘 행복하고 늘 함께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라고 대담자 커틀러는 소개한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삶의 목적이 곧 행복이라고 했다. 훌륭한 정신적 존재가 되는 것이 삶의 목적임을 강조한 그는 “인간의 행위는 여러 수단과 목적의 연쇄체계로 구성돼 있고, 그러한 수단과 목적의 연쇄체계의 마지막 단계에는 인간의 궁극 목적에 도달할 것이고, 그 궁극 목적에 이르면 그것은 가장 좋은 것, 즉 최고선이며, 최고선을 이루는 것이 진정한 최고의 행복이다”라고 한 바 있다. 그밖에도 플라톤, 에피쿠로스, 쇼펜하우어, 카네기 등 수많은 철학자들이 행복론을 설파했다. 표현 수단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그러나 인간이 고귀한 영적 존재임을 깨닫고 내면적인 최고의 이성을 실현하면 행복에 이를 수 있다는 점에서는 동서양 철학자 모두 같은 맥락인 것 같다.

선불교에서 상징적이고 교훈적인 가르침이 담긴 공안을 수없이 창조한 조사의 한 분이 운문(雲門)스님(864~949년)이다. 벽암록에 따르면 스님은 속성이 장(張)씨로 중국 당나라 때 절강성 출생이다. 운문스님이 어느 날 법문 때 대중에게 먼저 물었다고 한다. “이미 지나간 15일(보름) 이전의 일은 너희에게 묻지 않겠다. 앞으로 맞을 15일 이후에 대해 한 마디 일러보라.” 대답하는 사람이 없자 운문선사가 할 수 없이 사람들을 대신해 말했다. “날마다 좋은 날!”(擧. 雲門垂語云 十五日以前 不問汝 十五日以後 道將一句來. 自代云 日日是好日!)

불가에 널리 알려진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이라는 화두다. 스님 말씀에 따르면 모든 중생이 본래도 부처이고 하루하루가 행복한 날인데 사람들이 헛된 사념에 물들어 진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상은 무상하게 변화하니 정진하여 고통에서 벗어나라”고 석가모니 부처님이 남긴 말씀처럼 인간이 행복에 이르는 길은 자신의 발 아래 밟고 있는 참행복을 놓치지 말고 진리의 눈을 크게 뜨라는 것이다. 1년 365일 하루하루가 모두 행복한 날인데 헛되이 다른 데서 행복을 찾지 말라는 것이다. 그래서 “15일 이전의 일은 묻지 않겠다”고 했다. 행복에 관한 명언은 그 외에도 많다.

“가난은 행복의 큰 적이다. 그것은 사람의 자유를 박탈하고 미덕의 실천을 막거나 매우 어렵게 만든다.(S. 존슨)” “가장 큰 행복은 불행의 원천을 아는 것이다.(도스예프스키)”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은 이 세상에서 행복한 상태를 짧게 그리고 완전하게 묘사한다.(로크)” “내 잘못을 지적해주는 사람이 곁에 있으니 나는 행복하다.(공자)” “모두 함께 행복한 운명이란 없다.(호라티우스)” “자기가 할 일을 찾아낸 사람은 행복하다.(카알라일)” “인생의 행복과 재앙의 경계선은 모두 생각이 만드는 것이다.(채근담)”

우리는 과연 행복한가. 한국 아동이 행복감을 별로 못 느낀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국제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과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의 ‘아동의 행복감 국제 비교연구’ 결과 한국 아동의 ‘주관적 행복감’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12개국 아동 4만 2567명 가운데 연령별 평균이 10점 만점에 각각 8.2점(8세), 8.7점(10세), 7.4점(12세)으로 전체 최하위를 기록했다. 국가별로는 루마니아(9.6점, 9.3점, 9.1점) 아동의 행복감이 가장 높았고 이어 콜롬비아(9.6점, 9.2점, 8.8점), 노르웨이(8.8점, 8.9점, 8.7점) 등 순이었다. 한국 아동들의 행복감은 한국보다 경제발전이 뒤처진 네팔(8.4점, 8.6점, 8.5점), 에티오피아(8.2점, 8.6점, 8.3점)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조사됐다. 가족, 물질, 대인관계, 지역사회, 학교, 시간 사용, 자신에 대한 만족 등 영역별 조사 결과에서도 모든 영역에서 한국 아동의 만족도가 전체 평균을 밑돌았다. 특히 자신의 외모, 신체, 학업 성적에 대한 만족감이 각각 7.2점, 7.4점, 7.1점으로 15개국 중 최하위 수준을 기록했다. ‘외모, 신체, 학업 성적…’ 그것이 다 무엇이란 말인가. 아이들 얼굴이 어둡다. 숨 막힐 듯한 경쟁 구도와 끊임없는 비교 속에 우리의 아이들이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여기고 있다. 아이들을 너무 부모의 영역에 가둬둔 탓 아닌가. 지기 싫어하는 어른들이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할 일 아닌가. 언제쯤이면 우리 어린이들도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낄 날이 올 것인가.

우리나라는 어른들부터 달라져야 한다. 부모들부터 유행성 전염병 같은 외모지상주의, 학벌주의, 황금만능주의, 집단이기주의의 덫에서 빠져나와야 아이들의 얼굴이 밝아지고 온 가정이 다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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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현 2015-05-19 23:58:12
범사에 기뻐하고 감사하라는 말씀처럼 항상 감사한 마음,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면 행복할텐데. 현실이 매일 쫓기듯 살다보니 행복지수가 자꾸 떨어지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