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벼랑 끝에 서있다. 4.29재보선 참패의 후유증이 워낙 큰 데다 당 안팎의 퇴진론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공무원연금 개혁안마저 무산돼 여야 지도부가 한꺼번에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다. 사면초가, 지금 문재인 대표의 처지가 딱 이런 상황이지 않을까 싶다. 어떻게 이 난국을 돌파할지, 다시 한 번 문 대표의 정치력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이유라 하겠다.

친노패권주의 청산, 말보다 실천이다

문재인 대표는 4.29재보선 참패 직후 “이 시련을 약으로 삼아 절체절명의 각오로 다시 시작하겠다”며 환골탈태를 통한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당 혁신을 명분으로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셈이다. 주변의 친노 인사들도 거들었다. 지금 지도부가 사퇴하는 것이 과연 당을 위해 현명한 판단이냐며 지금은 모두가 단합할 때라고 강변했다. 그러나 이런 말을 듣는 지지자들의 생각은 비슷할 것이다. 최소한의 책임감도 없을 뿐더러 치열함도, 절박함도 없다는 생각이다. 일각의 비웃음은 더 아프다. 그들이 언제 책임이란 걸 져봤으며, 내년 총선에서 금배지 다는 데만 골몰하고 있을 텐데 뭐가 절박하겠느냐고. 그러면서 그들에겐 오히려 더 잘 된 일이 아니냐고 말이다.

그러나 이런 비판이 점점 세를 얻어가는 형국이다. 문재인 대표와 친노패권주의의 대각에 위치한 천정배 의원의 행보가 더 탄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천정배 의원은 내년 20대 총선에서 새정치연합에 도전하는 새로운 인물을 발탁해서 광주와 호남부터 선거경쟁에 나서겠 다고 밝혔다. 굳이 ‘신당’이라고 말하진 않았지만 최소한 새정치연합의 독점구조를 깨는 ‘뉴 DJ들’을 규합하겠다는 뜻이다. 잘만 되면 정권교체를 목표로 하는 ‘야권 개혁신당’이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물론 아직은 천정배 의원의 정치행보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무리 광주의 민심을 얻었다고는 하나 독자세력화는 지난한 과정일 뿐더러 그 사람들이 내년 총선에서도 호남 민심을 얻는다는 보장이 없다. 관건은 문재인 대표가 새정치연합을 어떻게 혁신하느냐에 따라 천정배 의원의 입지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문재인 대표가 이번에는 제대로 된 친노 패권주의 청산의 실행 로드맵을 구축하고 공천혁신을 이룬다면 어쩌면 천정배 의원이 복당해야 할 상황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표가 가야 할 길은 간명하다. 새정치연합의 모든 것을 뒤틀리게 만들고 있는 친노 패권주의 청산을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옮기는 것뿐이다. 이를테면 친노, 좁게는 친문 직계 인사들이 큰 결단을 해야 할 상황도 고민해야 한다. 아무런 행동 없이 말로만 외치는 그런 혁신은 이제 그만둬야 한다. 총선승리, 정권교체가 정말 절박하다면 이제는 말이 아니라 행동에 나서야 한다. 그것만이 진정성을 보이는 길이며 동시에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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