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여권이 휘청거리고 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남긴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의 끝이 어디인지 지금으로선 아무도 예단할 수 없다. 집권 3년차 국정운영에 탄력을 붙이던 청와대는 갑자기 터진 성완종 변수에 아연실색하는 분위기다. 겉으로는 냉정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내심 여론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완구 총리의 행정부는 처음부터 스텝이 크게 꼬이고 말았다.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기세 좋게 신호탄을 쏘아 올렸지만 지금은 거의 자폭하는 분위기에 가깝다. 이래가지고서는 아무것도 하기 어렵다. 박근혜 정부가 최대의 위기에 봉착했다고 봐야 한다.

새누리당마저 왜 이러나

청와대와 정부가 갈피를 잡지 못하더라도 새누리당은 달라야 한다. 청와대와 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할 수 있는 곳이며, 때로는 국민의 편에서 역발상의 대안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민심에 가장 가까이 있는 조직이며 그 바탕 위에서 선거를 치러야 할 조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청와대와 정부가 국정운영의 ‘일관성’에 방점을 찍는다면, 정당은 정국운영에서의 ‘유연성’에 방점을 찍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민심을 얻어 정국을 주도할 수 있으며 정권 재창출의 동력도 확보할 수 있다.

성완종 전 회장이 남긴 메시지는 간단하다. 부정부패 척결을 외치는 그 사람들, 즉 권력집단의 핵심부가 오히려 개혁 대상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성 전 회장은 자신과 경남기업이 부정부패 척결의 첫 희생양이 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이다. 막판까지 그 억울함과 배신감을 떨쳐 내지 못하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까지 결행한 것이다. 목숨을 던지면서 호주머니에 8명의 명단을 남긴 것은 일종의 ‘살생부’에 다름 아니다. 그들부터 손 봐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성 전 회장의 억울함과 분노의 메시지가 과연 사실일까. 이 부분은 사정당국이 풀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볼 때 검찰수사로는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이 총리를 비롯한 권력의 핵심부를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 것이며, 설사 수사결과를 내더라도 국민이 믿어 주겠는가. 게다가 상설특검이라는 새로운 조직이 버젓이 제도화돼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새누리당이 특검수사가 뻔히 보이는 사건을 검찰수사로 가는 이유가 정말 궁금하다. 검찰이 알아서 사건을 정리해 주길 바라는 것일까. 아니면 특검수사가 두려워서일까. 이번 사건이 터지자마자 김무성 대표는 상설특검으로 방향을 잡았어야 했다. 시간도 단축하고 진실규명에 대한 확실한 의지도 보여줄 수 있었으며, 덤으로 야당과 연루된 부분도 어느 정도는 기대할 수 있었다. 검찰 수사, 두고 볼 일이지만 정부와 여당은 명분과 실리 모두를 놓친 게 아닌가 싶다. 지금이라도 아주 늦진 않았다. 특검수사로 명료하게 정리하는 것이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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