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4.29 국회의원 재보선이 새누리당 완승으로 끝났다. 아니 새정치연합의 참패로 끝났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이번 선거의 이면을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사실 정부 여당에 대한 심판이기보다는 문재인 대표의 새정치연합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 더 강했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의 정치적 기반인 광주 서을에서도 새정치연합 조영택 후보가 무소속 천정배 의원에게 거의 ‘더블 스코어’ 수준으로 참패한 것은 그 결정적인 근거라 하겠다.

문재인, 이대로는 안 된다

도대체 문재인 대표가 뭘 잘 못한 것일까. 민심은 왜 이토록 매서우며 또 야권을 지지하는 핵심 지지층마저 왜 선거 때마다 새정치연합에 등을 돌리는 것일까. 이 코드를 제대로 읽지 못하면 새정치연합은 내년 총선, 차기 대선도 정말 쉽지 않다. 박근혜 정부 임기 4년차, 임기 말의 총선이라고 해서 야당이 정말 유리한 것일까. 10년 보수정권의 무능과 부패, 경제실패에 지친 유권자들이 차기에는 의심의 여지없이 정권교체에 힘을 실어 줄까. 천만의 말씀이다. 새누리당은 또 몰라보게 달라질 것이며 개혁과 혁신의 기조를 잃지 않을 것이다. 참신한 정책 아젠다도 끊임없이 발굴해 낼 것이다. 정치개혁을 표방한 검찰의 칼바람도 대충 멈추진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표의 새정치연합은?

이번 4.29 재보선의 결론은 “문재인 대표의 새정치연합,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대로 갈 경우 차기 총선과 대선에서의 더 참혹한 패배를 경고한 셈이다. 그렇다면 왜 이대로는 안 된다고 하는 것일까. 그 정답은 간명하다. ‘친노 패권주의’의 청산 없이는 당내 화합도, 새로운 인재 영입도, 중도층 견인도 어려울 뿐더러 그 연장선에서 차기 총선과 대선마저 승산이 없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이대로는 안 되니 새정치연합을 하루빨리 혁신하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이번 재보선을 통해 표출시켰다고 봐야 한다.

분열의 그림자가 짙은 당내 모습, 매 사안마다 말만 앞세우는 뻥 공세, 국민은 고사하고 지지층과도 호흡을 맞추지 못하는 전략 부재는 이미 오래된 얘기다. 여기에 문재인 대표의 리더십마저 뭐 하나 명쾌한 것이 없다. 사람은 좋은데 임팩트가 없으며, 문재인 대표의 주변이 더 문제라는 얘기까지 쏟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표는 이미 내년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일찌감치 마음을 비웠다는 뜻으로 들린다. 그렇다면 당내 친노 패권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대수술에 나서야 한다. 문 대표의 새정치연합이 정말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내년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해 정말 뼈를 깎는 고통이라도 감수하겠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진정성이 우러나고 인재들이 모이며 지지층도 결속할 수 있을 것이다. 문 대표에게는 그 결단을 위한 비장의 카드가 여전히 살아있다. 그러므로 문재인 대표는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