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여전히 좌충우돌 행보를 반복하고 있다. 4.29 재보선 참패도 참패지만 그 후의 문재인 대표 행보가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재보선 참패 직후의 ‘셀프 재신임’부터 이른바 ‘비공개 성명서’에서 드러난 그의 복심(腹心) 그리고 광주에서의 무기력한 행보와 시민들의 냉소는 그에게 엄청난 부담이다. 뭐 하나 치밀하고 절박한 결기가 보이지 않는다. 명색이 제1야당 대표이며 차기 대선의 가장 강력한 대선주자로서의 행보라곤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조국 교수의 육참골단이 정답

문재인 대표가 마지막 카드로 제시한 ‘초계파 혁신기구’가 여전히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처음부터 제대로 된 세팅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위원장부터 인선하려다 보니 순서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안철수 전 공동대표에게 삼고초려를 당부했지만 거절당하고 말았다. 혁신의 칼을 쥐어주기 전에 당 차원의 사즉생 결의부터 했어야 했다. 그래야 혁신다운 혁신의 깃발을 들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친노 패권주의 청산’이라는 혁신기구의 추상(秋霜)같은 결론마저 공천권 지분을 위한 ‘문재인 흔들기’로 폄하되면 그땐 어떻게 할 것인가. 모르긴 해도 안철수 전 대표도 이 대목에서 문재인 대표의 진정성을 확신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일각의 ‘독배(毒杯)’ 얘기가 더 진정성 있게 들렸을 수 있다는 뜻이다.

안철수 전 대표 대안으로 서울대 조국 교수 얘기가 계속 흘러나온다. 최종 결정은 좀 더 봐야겠지만 일단 조 교수의 문제의식이 건강하다. 조 교수는 20일 “누가 혁신위원장을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의원들의 기득권 포기 선언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게 초점”이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특히 친노 패권주의 세력의 ‘선(先) 기득권 포기’ 없이는 누가 위원장을 맡아도 소용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래서 조 교수는 육참골단(肉斬骨斷)의 공천혁신을 강조했다. 내 살점을 베어 내주고 상대의 뼈를 끊겠다는 비장한 각오 없이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문 대표가 자신의 살점을 내줘야 내년 총선에서, 더 나아가서 차기 대선에서 정권교체의 희망을 바라볼 수 있다는 뜻으로 들린다.

그러나 동시에 문재인 대표 주변에서 오매불망 공천을 노리고 있는 친노 핵심 인사들의 분노에 찬 볼멘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우리가 뭘 잘못했느냐고, 무슨 근거로 총선 출마까지 막느냐는 거친 저항마저 상상이 간다. 문 대표가 그런 저항을 사전에 차단하는 조치부터 단행했어야 했다는 것이 조 교수 주장이다. 그러나 사후라도 문 대표가 이런 요구를 수용할까. 아니 측근들의 저항을 설득시킬 수 있을까. 이게 핵심이다. 그러나 이제는 정말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결단해야 한다. 새정치연합 문재인호(號)가 사는 길은 육참골단의 길, 그 길밖에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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