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그래서 필자도 주변에 “그 무엇에 대해 너무 기대하지 마시라”는 얘기를 자주 하지만 이번에는 그 충고가 마치 부메랑처럼 되돌아 온 느낌이다. 솔직히 이번 새정치연합의 1박 2일 워크숍에 적잖은 기대를 걸었다. 경기도 양평에 있는 ‘가나안 농군학교’로 간 취지도 좋았으며 또 외부와의 모든 접촉을 끊고 허심탄회하게 머리를 맞댈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봤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재인 대표 사퇴설’이 잇달아 제기되는 상황에서 당의 운명을 짊어진 ‘혁신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 아닌가. 그렇다면 이번엔 정말 사즉생의 각오로 스스로의 살을 도려내는 어떤 ‘행동’이 나올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게다가 ‘친노 패권주의’ 청산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주효했다. 문재인 대표도 스스로 육참골단(肉斬骨斷)을 말하지 않았던가.

또 빈손으로 말로만 결의

새정치연합은 워크숍을 마치면서 그 결론을 정리해서 결의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결의문을 읽어보면 실망을 넘어 배신감마저 든다. 이제까지 반복했던 그 레퍼토리 그대로다. 조금 달라진 것이라면 예전보다 발언의 강도가 좀 더 세졌다는 것뿐이다. 새정치연합은 결의문에서 “변화와 혁신이 나 자신부터 스스로 피를 토하고 뼈를 깎는 고통을 견뎌야 한다는 것을 명심할 것”이라고 했다. ‘뼈를 깎는 고통’, 새정치연합이 지금까지 반복했던 단골 레퍼토리다. 일각에는 “더 이상 깎을 뼈라도 있는지 모르겠다”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에는 ‘피를 토하고’라는 표현으로 그 강도를 좀 더 세게 했을 뿐이다. 이번에도 말뿐이었다. 어느 누구하나 피를 토하는 사람도, 뼈를 깎는 사람도 없었다.

또 있다. 결의문은 “우리는 견해의 차이를 좁히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우리 당의 60년 민주적 적통 안에서 하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는 혁신을 향한 화두가 아니다. 마치 무슨 단합대회 같은 분위기다. 그동안에 당내 견해 차이로 그토록 갈등을 빚었다는 말인가. 그리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다니. 그렇다면 국민들이 지금껏 당내 견해 차이를 좁히고 서로 다름을 존중하라고 매를 들고 쓴소리를 했다는 말인가. 이렇게 결의문을 내는 것은 ‘사즉생의 혁신’을 원했던 지지자들에 대한 배신에 다름 아니다.

결론은 간단하다. 친노패권주의 청산은 사실상 끝났다는 점이다. 당내 견해차를 좁혔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김상곤의 혁신위도 더 기대할 게 없어진 셈이다. 당내 단합에 폐해가 되지 않을 정도의 혁신안, 친노의 박수를 받는 그런 혁신안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이제야 알았다. 김한길,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왜 워크숍에 불참했는지를 말이다. 이젠 ‘빈손 워크숍’ 이후의 문재인 대표 운명, 그리고 당의 향배가 더 궁금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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