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의 CBS 건물 앞 공원에서 강제개종교육피해자연대(강피연)가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강피연 장주영 대표는 CBS가 최근 방영한 다큐 ‘신천지에 빠진 사람들’에 대해 “CBS는 사람이 수갑을 찬 채 끌려와 갇혀서 몸부림치는 모습이 그리도 즐거운가”라고 반문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김지연 기자] “머리채를 잡혀 이리저리 밟히고 얻어 차이기를 얼마나 했는지 모릅니다. 숨이 가쁘고 메스껍고 침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아담한 키와 체구에서 울분에 떨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지나가던 행인들이 마이크 소리를 듣고 걸음을 멈췄다.

28살까지 부모님과 별다른 충돌 없이 평안히 살던 대학원생이 어느 날 갑자기 부모로부터 심하게 맞기 시작했다. 개종교육을 받기 싫다고 한 후부터다.

얼마 후 그는 집에서 개종목사의 연락처와 지시사항이 적힌 쪽지를 발견하고 부모님의 변화가 어디서 시작됐는지 알게 됐다. 올해 29살 이지선씨의 이야기다.

그는 7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CBS 건물 로비를 걸어들어 갔다. 강제개종교육피해자연대(강피연)의 회원 중 한 사람으로 이날 항의 방문이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날 강피연 측이 방문 스케줄을 CBS 측과 조율했음에도 이날 면담은 성사되지 않았다. 다만 총책임자급이라고 스스로를 밝힌 담당자가 내려와 “방송의 잘못된 내용 및 면담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내용을 문서로 작성해 보내면 납득할 수 있는 책임자의 이름으로 회신하겠다”고 응대했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이 30여분. 강피연 회원들은 발길을 돌려 CBS 앞 공원에서 예정했던 집회를 진행했다. 이날 마이크를 잡고 호소문을 읽은 이지선씨는 CBS가 최근 방영한 ‘신천지에 빠진 사람들’ 다큐에 나왔던 실제 인물이다.

CBS는 이지선씨가 강제개종교육 현장에 끌려온 장면을 본인의 동의 없이 몰래카메라에 담았고, 8부 내용 중 5부에서 최선혜라는 가명으로 이지선씨를 등장시켰다.

이씨에 의하면 실제 상황은 이랬다. 작년 봄, 산 속 펜션에 끌려갔던 그는 금속탐지기로 몸수색을 당하고 속옷 속까지 검사당하며 외부와의 연락을 차단당한 채 강제개종교육을 받았다.

경찰의 도움으로 탈출한 후에도 부모님께 돌아가 울며불며 ‘우리 제발 이러지 말자’고 수차례 매달렸다.

그러나 이번 CBS 방송에서 그는 부모님이 거리에 나와 ‘내 딸 내놓으라’는 시위를 하게 만든 패륜아로 등장했다.

지선씨 옆 27살 청년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가족과 밥 한끼 먹고, 소소한 얘기도 나누고 싶습니다.” 작년 10월경 구리초대교회 신현욱 목사 측에 의해 강제개종교육 피해를 받은 윤병훈씨다. 그도 이날 마이크를 잡았다. 가족과의 밥 한끼는 신현욱 목사가 부모님에게 피켓까지 쥐어주며 거리 시위를 시킨 후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됐다.

병훈씨 옆에는 22살 김인애씨가 섰다. 김씨는 CBS 방송에서 야채장사를 하시던 어머님이 돌아가신 내용으로 등장했다. 개종목사는 “엄마가 아이들을 잘못 키웠다”며 어머니를 몰아갔다.

김씨는 “엄마가 자동차 핸들을 붙잡고 흐느끼는 모습이 블랙박스에 그대로 담겨 있다. CBS는 엄마의 죽음을 자신들의 배를 채우는 데 이용해서는 안된다. 장례식장 무단촬영 및 모든 내용에 대해 사과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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