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IS가 공개한 비디오로 언제 상황인지 나타나 있지 않지만 에티오피아 기독교인 포로들이 리비아 조직원들에 의해 해변에서 끌려가고 있다. 두 그룹의 포로들은 각기 다른 지부에 의해 총살되거나 참수됐다. (사진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지난 2월 이집트 콥트교도 학살 영상을 공개했던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또 다시 기독교인 집단학살 영상을 공개했다. 이번에는 에티오피아 기독교인 30명을 살해하는 영상이 공개됐다.

19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보도에 따르면 리비아에서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IS가 리비아 2곳에서 에티오피아 기독교인 30명을 무더기로 살해했다. 지난 2월 해안가에서 콥트교도 21명을 학살한 곳도 리비아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날 온라인에 공개된 29분 분량의 영상에는 얼굴을 가린 IS 대원이 주황색과 검은색 복장을 한 에티오피아 기독교인을 해안선을 따라 어디론가 끌고 가는 모습이 담겨있다. 또 다른 장면에는 사막에서 끌고 가는 모습이 담겼다.

무장단체 대원들은 눈만 내놓은 마스크를 쓰고 인질 뒤에서 총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이다. 지도자로 보이는 대원은 카메라를 향해 “기독교인들은 반드시 이슬람교로 개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코란에 따라 특별 세금을 내야 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연설을 했다.

이후 영상은 인질이 살해되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해변의 인질 10여명은 참수당했고, 사막의 인질 10여명은 총살당했다.

영상은 두 곳에서 촬영됐는데, 한 곳은 IS가 ‘페잔 지역(Fezzan Province)’이라고 부르는 남부지역이고, 다른 한 곳은 ‘바르카 지역(Barqa Province)’이라고 부르는 동부지역이다.

영상 마지막에는 ‘에티오피아의 기독교인들’이라는 자막이 삽입됐다.

NYT는 “이번 동영상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IS의 세력이 더욱 넓어졌다는 증거가 되고, 리비아에서 IS의 존재에 대한 서방과 리비아인들의 시각이 뒤바뀌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NYT는 리비아의 주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세력들은 IS와 실질적인 교류와 협력이 이뤄지고 있는 첫 번째 국가라며, 다른 국가들과 차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집트와 알제리, 아프가니스탄, 나이지리아 등의 국가에서 일부 무장세력이 IS에 대해 스스로 충성을 맹세한 바 있지만, 리비아는 IS와 실질적인 교류와 협력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지방의 극단주의 단체들은 속속 IS에 동맹을 서약하고 있다고 BBC 북아프리카 소식통은 전했다.

리비아는 지난 2011년 초 ‘아랍의 봄’ 민주화 시위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축출된 이후 내전으로 빠져들면서 무정부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 인질을 붙잡아 살해한 단체도 IS의 리비아 내 연계 조직으로 추정된다. 영상에는 IS와 이들의 선전 매체 알 푸르칸의 로고가 떠 있다. 내용은 IS가 지난 2월 이집트 기독교인 21명을 참수해 공개한 영상과 유사하다.

에티오피아 정보장관 레드완 후세인은 “정부는 영상에 등장하는 인질들의 국적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세인 장관은 IS의 인질 살해를 규탄하며 이를 ‘인류에 대한 범죄’로 규정했다.

IS가 에티오피아 인질을 살해한 영상을 공개한 이유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AP통신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은 2000년대 중반 에티오피아군이 소말리아에 주둔한 것에 불만을 품어 왔다고 분석했다. 당시 소말리아 이슬람 지도자는 지하드(성전)을 선언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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