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국대 대학원 최장훈 총학생회장은 21일 새벽 3시부터 만해광장에 있는 15m 높이의 조명탑 위로 올라가 총장선거 재실시를 요구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5일 동국대이사회 소집… 사태 ‘수습 또는 확산’ 분수령
영담 “권승들 동국대 유린”… 일면 “총장선임 대학 안정”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동국대 이사장의 행보를 시작한 일면스님이 대학 정상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총장선출 강행의지를 보인 가운데 이를 반대하는 총학생회가 무기한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동국대 교수협의회도 표절총장 반대 릴레이단식을 선언하면서 불만을 강하게 표출했다.

이 같은 반대에도 이사장 일면스님은 오는 25일 이사회를 열고, 박사논문 표절이 사실로 드러난 보광스님을 총장으로 선출할 뜻을 내비쳤다. 이에 총장선거 재실시를 요구했던 영담스님은 이사직을 걸고 총장선임을 막겠다고 맞섰다.

동국대학교 대학원 최장훈 총학생회장은 21일 새벽 3시 학내 만해광장에 있는 15m 높이의 조명탑 위로 올라가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최 회장은 ‘동국대학교는 종단의 소유가 아닙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도저히 참을 수 없어 고공농성을 선택했다”며 “총장선거를 재실시해야만 이곳(조명탑)에서 내려오겠다”고 밝혔다.

이날 동국대 학부 총학생회와 대학원 총학생회는 만해광장 조명탑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조명탑에서 고공농성 중인 최장훈 대학원 총학생회장은 총장선거 재실시를 거듭 촉구하며 종단 집행부와 이사장 일면스님의 결단을 요구했다.

최 회장은 “대학이 권승(권력을 행사하는 승려)들의 권력 다툼으로 인해 2~3개로 분열됐다. 비참하고 정말 치욕적인 일”이라며 “대학이라는 최고의 교육기관이 종단정치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이 같은 사태에 대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일면스님이 법적으로 이사장의 지휘를 인정받았지만, 조계종이 총장선거에 개입하는 것을 허용한 사람”이라며 “종단에다 학교를 받친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법원의 가처분 소송 결과가 나온 이후 일면·보광스님은 싸움(총장선거 사태)이 끝났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제 시작”이라며 “학생들은 이보다 더한 일도 벌일 수 있다”고 반대의 목소리를 분명히 했다. 고공농성을 스스로 선택한 최 회장은 발화물질인 시너(방어용)까지 들고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일면 “정상화 위해 조속히 총장 선임”

이사장 일면스님은 지난 20일 불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총장선임을 조속히 실시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스님은 “하루빨리 학교가 안정되기 위해서는 총장을 조속히 선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면스님은 총장추천위원회 재구성을 요구하는 학내 구성원들의 주장에 대해 “총추위를 새롭게 한다면 학교는 지금보다 더 심하게 요동칠 것”이라면서 “빠른 정상화를 위해서는 총장을 빨리 뽑아야 한다”고 일축했다.

표절총장 논란을 의식한 스님은 “이번 일을 계기로 다음번 총장을 선출할 때 논문표절이나 도덕적인 문제까지 골고루 살펴 후보자를 추천하는 제도개선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일면스님 측이 오는 25일 예정된 제290회 이사회에서 총장선임안을 결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영담 “대중의 뜻이라면 끝까지 간다”

총장선거 재실시를 요구해온 영담스님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대중이 원하지 않는다면 소송 취하는 물론 이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스님은 24일 오전까지 대중의 뜻을 확인한 뒤 향후 거취를 표명하겠다고 밝혔다.

영담스님은 “종립대학에 대한 종단의 무분별한 유린에 반대하는 대중들의 뜻이 함께한다”면 “언제까지라도 본인의 자리를 결연하게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지난해 12월 동국대 총장 선출과정에서 권승들(종단 핵심인사)의 외압과 자격 미달(논문표절)의 총장후보, 힘을 앞세운 비정상적인 이사장 선출 등 도저히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일들이 벌어졌다고 일련의 사태를 회고했다.

이어 “이것이 다름 아닌 설립 주체를 자부하는 조계종의 맨얼굴”이라며 “이 싸움은 누가 봐도 계란으로 태산을 때리기다. 먹고 살기 위해 아부하거나 하지는 않겠다”면서 대중의 뜻이 결집된다면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 동국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들이 20일 오전 서울 동국대학교 불상 앞에서 ‘표절총장 반대 릴레이단식’을 벌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교수들 표절총장 반대 릴레이단식까지

동대 교수협의회도 이날부터 대학교 팔정도 불상 앞에서 ‘표절총장 반대’ 릴레이단식에 돌입, 총장선거 재실시를 촉구하고 나섰다.

한만수 교수협의회 회장은 “4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줄기차게 논문을 표절한 후보자를 총장으로 선임하려는 시도가 멈추지 않고 있다”며 “더 이상 이사들이 동국 가족들의 바람을 저버리지 않기 바라면서 이렇게 단식에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교수협의회는 성명서를 통해 “제자들이 ‘표절총장으로 동국대 학생임을 부끄럽게 여기게 하지 말아 달라’고 외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굶기로 결심했다”면서 “교수된 자의 양심에 비추어 도저히 표절하신 분(보광스님)을 총장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보광스님은 법적 총장이 될 수 있을지 몰라도 결코 우리의 총장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교수협 단식은 임원들을 중심으로 하루씩 교대로 진행되며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팔정도에 마련된 불상 옆 천막에서 진행한다.

오는 25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이사들이 총장선임안을 두고 어떤 선택을 할지에 대한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이사회 결과가 동국대 사태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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