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일보(뉴스천지)

한국교회
“교육부 권장 아동학대 규정
학부모 ‘종교의 자유’ 침해”

종자연
“부모의 종교행위 권장 가능
정신·육체적 ‘강요’는 안 돼”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개신교계가 보건복지부와 서울시교육청이 교육한 아동학대 세부 항목을 놓고 크게 반발하고 있다. 교육 내용 중 아동 정서학대 유형에 ‘보호자의 종교행위 강요’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는 부모나 아동을 보호하는 사람이 강제적으로 아동에게 종교행위를 하게 하는 ‘강요’를 규제하는 것이다. 그러나 개신교계는 자녀의 자발적인 행동을 유도하는 ‘권장’까지 규제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종교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3월 교육부는 각 교육청에 ‘아동학대 예방 및 신고의무자 교육 실시’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교육부는 보건복지부 산하 단체인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정립한 아동학대 관련 자료를 통해 학부모들에게 알리고 이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학교 측에 지시했다. 일선학교들은 이를 학부모에게 가정통신문을 통해 이달 고지했다. 이 공문에는 아동의 ‘정서학대’ 항목 분류에 ‘보호자의 종교행위 강요’도 포함됐다. 아동에게 부모가 종교행위를 강제적으로 하도록 ‘강요’하면 아동에게는 정서학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동학대 공문 트집 잡은 개신교 “수정하라” 촉구

강제성을 전제로 하는 ‘강요’라는 단어가 사용돼 의미를 한정했음에도 개신교계 반응은 상당히 민감했다. 국민일보와 한국교회언론회 등 개신교계를 대변하는 언론계는 ‘종교의 자유’를 내세우며 문제를 삼고 나섰고, 개신교계 시민단체도 가세했다.

국민일보는 “가정에서 부모가 자녀에게 신앙을 권하는 것도 아동학대로 비춰질 수 있음을 간과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하며 개신교인 학부모와 교계 인사들의 말을 인용했다. 이들은 강하게 반발하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개신교계 시민단체인 선민교육학부모연합(대표 이재흥)과 선민네트워크(대표 김규호)도 이날 즉각 성명을 내고 “부모의 자녀에 대한 종교교육을 아동학대로 규정한 보건복지부, 교육부, 서울시교육청의 어처구니없는 행정을 강력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의 공식 문건에서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자신의 종교를 교육하는 것이 아동학대 범죄행위로 묘사된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분노하며 관련 조항을 삭제하라고 촉구했다.

한국교회언론회도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분류한 아동의 정서학대 항목에는 아이에게 언어폭력, 신체적 위해, 폭력에 노출, 정신적 위협, 구걸을 시키는 행위, 다른 아동을 학대하도록 강요하는 행위와 함께 ‘보호자의 종교 행위 강요’를 버젓이 포함시키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아울러 “교육부와 교육청이 ‘보호자의 종교행위를 강요하는 행위’를 ‘아동의 정서학대’로 받아들이면서 헌법에 보장된 ‘종교의 자유’를 제한하는 위헌적 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지난 1월 이필운 경기 안양시장과 안양지역 어린이집 보육교사 1700여명이 시청 강당에서 아동학대 예방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계 없음. (사진출처: 뉴시스)

◆아동의 권리 강조한 법령들

그러나 교육부와 교육청이 아동학대 규정의 근거로 삼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아동학대 유형 분류는 법적인 근거가 있었다. 유엔아동권리협약 제14조 1항에 따르면 ‘당사국은 사상/양심/종교의 자유에 대한 아동의 권리를 존중해야 된다’라며 아동의 ‘종교의 자유’ 권리도 존중돼야 함을 알렸다.

3항에는 ‘종교와 신념을 표현하는 자유는 법률에 의해 규정돼야 하며, 공공의 안전, 질서, 보건이나 도덕 또는 타인의 기본권과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제한 될 수 있다’라면서 종교의 자유도 타인의 기본권과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제한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즉 부모가 강제성이 포함된 ‘강요’라는 방식으로 종교를 자녀에게 무리하게 요구할 시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아동복지법 제3조 7항에는 ‘아동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부모가 종교행위를 강요해 자녀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한다면 이는 아동학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타종교는 조용 개신교만 들끓어

이 공문은 우리나라 국민은 물론 타 종교인들에게도 해당하는 내용이었으나 개신교계를 제외한 다른 종교계에서는 반응이 없다. 유독 개신교계만이 거센 반발을 하고 있다.

교회언론회는 “우리 기독교에서는 인간이 하나님을 믿음으로, 선한 목적에 따라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고 가르치고 있다”며 “이를 권하는 것을 ‘아동학대’라고 한다면, 부모가 아이에게 학습을 권하고, 부모의 가르침을 따르라고 하는 것은 어떤 학대에 해당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언론회 주장대로라면 부모의 종교를 단순히 권유하는 것도 아동학대에 포함된다는 내용이 있어야 했지만, 공문 어디에도 단순히 종교를 권하는 게 아동학대라고 규정하는 표현은 없었다. 이에 종교행위의 ‘강요’와 ‘권유’에 대한 기준을 좀 더 명확하게 명시할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종자연) 박광서 이사장은 아울러 “종교는 중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어렸을 때 강하게 주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중동 상황을 예로 들며 “역사적으로 봐도 종교가 인류의 발전에 기여한 것 못지않게 갈등의 진원지 또는 전쟁의 도화선이 된 사실을 잘 기억하고 있다. 종교라는 이름으로 살인과 파괴를 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박 이사장은 “종교(교육 포함)는 안내와 소개, 권장까지는 할 수 있어도 육체적이나 정신적으로 ‘강요’를 해서는 안 된다”며 “나아가 이런 기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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