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똥구리 시인
이건청(1942~  )
쇠똥구리가
소나 말들이 남기고 간
그것들의 똥을 둥글게 말아
뒷발로 굴리고 간다.

소나 말들은 풀을 먹고
똥을 버리고 가지만
쇠똥구리는
소나 말들이 버리고 간
그것에다가
길을 만들고 꿈을 묻는다.

[시평]
우리가 어린 시절, 교과서에서인가, ‘시인은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말을 배웠다. 시인은 비록 비속한 언어라고 해도, 이를 잘 다듬어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는 빛나는 이미지로 만드는 능력을 지녔기 때문이리라.

소나 말들이 싸서 길거리를 나뒹구는 똥은 그 누구에게나 그저 똥일 뿐이다. 그러나 쇠똥구리라는 놈은 이 똥들을 둥글게 말아 자신이 사는 집으로 만든다. 그리고는 그 집에서 먹고산다. 자신이 사는 집, 그래서 바로 이 집은 그 쇠똥구리의 사는 길이며, 또 자신이 꾸는 그러한 꿈이 담긴 곳이기도 하다. 마치 시인이 세상의 언어들을 모으고 다듬어 자신의 꿈을 담은 시를 빚듯이.

하이데카가 말했던가.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언어를 통해 지금까지 불확실하던 것들이 비로소 존재로서의 그 생명을 얻기 때문이리라. 말이나 소가 배출한 똥마저도 자신이 살아갈 수 있는 ‘집’으로 만드는, 그 집속에서 꿈을 꾸며 살아가는, 그래서 ‘똥’을 가지고도 존재의 의의를 부여시켜주는 쇠똥구리야말로 참으로 진정한 시인이 아니겠는가.

윤석산(尹錫山) 시인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