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대
오세영(1942~ )
하늘나라 백화점은
도시가 아니라 한적한 시골에 있다.
온 하늘 찌든 스모그를 벗어나,
광란하는 네온 불빛들을 벗어나
청정한 산 그 우람한 봉우리에 개점한
매장.

하늘나라 백화점은 연말연시가 아니라
대기 맑은 가을밤이 대목이다.
아아, 쏟아지는 은하수,
별들의 바겐세일.
부모의 손목을 잡은 채 아이들은 저마다 가슴에
하나씩 별을 품고
문을 나선다.

[시평]
어린 시절 부모님의 손을 잡고 가본 연말연시의 백화점, 너무나 화려해서 마치 다른 나라에 온 듯했었다. 그러나 하늘나라의 백화점은, 광란하는 도시의 네온 불빛들을 벗어난 한적한 시골, 청정한 산봉우리, 그 위에 화려한 상품들을 진열시켜 놓고 있다.

밤하늘 가득 메우고 있는 수많은 별들의 진열은 그 어느 백화점보다도 화려하다. 그런가 하면 쏟아질 듯, 밤하늘을 가로질러 펼쳐져 있는 은하수, 그 별들의 바겐세일은 우리를 또 다른 세계로 떠나게 한다.

연말연시 백화점의 문을 나서는 사람들은 저마다 손에 구입한 상품들을 한아름씩 들고 나오지만, 하늘나라 별들의 백화점을 나서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가슴에 반짝이는 별들을 하나씩 품고 문을 나선다. 이 세상 어디에서도 구입할 수 없는 소중한 별들의 꿈을 가슴에 품고, 사람들 하늘나라 백화점 문을 나서, 그 가벼워진 발걸음 세상 속으로 한 발 들어선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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