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마중 
김유신(1944~  ) 
달력 한 장만 넘어가면
봄이 한껏 차려입고
일요일엔 머리에 꽃을 꽂을 것이다
바람은 아직 거친 숨소리로 식식대고
착한 햇살이 겹겹 쌓인 오해를 풀고 있다
길 밖으로 나온 성질 급한 희망 한 무리
수천의 희망들이 씨앗처럼
틈새로 비치는 햇살을 핥고 있다
달력 한 장이 넘어가기를 기다리는
초조한 들숨들 사이
나는 양껏 양 볼을 부풀린다
새들의 복부도 따뜻해지는

[시평]
입춘(立春)이 지났다. 겨울의 음(陰) 기운이 봄의 양(陽) 기운으로 바뀐다는 입춘. 엄동의 겨울 속, 사람들은 봄이라는 새로운 희망을 생각하며 그 추운 겨울을 견딘다. 그래서 입춘은 머잖아 찾아올 봄에의 희망이기도 하다. 이제 달력 한 장만을 넘기면, 이내 펼쳐질 봄이라는 찬연한 향연이 우리 곁으로 다가올 것이므로.

하루하루 창밖으로 보이는 먼 햇살이 다르다. 그리곤 모르는 사이에 낮 시간도 조금씩 길어지고 있다. 봄 마중을 하고자 성질 급한 희망 한 무리, 수천의 희망들이 씨앗처럼, 틈새로 비치는 햇살을 핥고 있다. 그러나 달력 한 장이 넘어가기를 기다리는 초조한 들숨들, 그 사이 조금은 따뜻해진 사물들은 자신도 모르게 양 볼을 부풀린다, 봄을 향하여.

입춘의 문턱에 서서, 땅속 어딘가에서 서서히 일어나고 있을 봄을, 봄의 기운을 생각하며, 아직은 차가운 겨울바람 속, 우리는 모두 봄 마중을 하기 위하여 이렇듯 서 있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