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5일 유튜브에 발표된 비디오로 리비아의 지중해 해안에 검은 복장을 한 이슬람국가(IS) 전사들이 납치된 이집트 콥트교도들 뒤에 서있다. 콥트교단은 그 뒤 이들 21명이 참수됐다고 확인했다. (사진출처: 뉴시스)

요르단·이집트 IS 공습
“아랍연합군 창설 필요”

수니파 최고 꾸란 해석기관
“IS, 종교·신조 곡해 시도”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대해 같은 아랍권 국가들의 규탄과 공습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집트 대통령이 IS에 대응할 ‘아랍연합군’ 창설을 제안해 눈길을 끌고 있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시각) 국영TV를 통한 녹화연설에서 IS 등 이슬람 무장세력의 위협에 대비해 아랍연합군을 창설하자고 제안했다.

엘시시 대통령은 “이집트는 다른 나라를 침공할 뜻이 없지만 필요하다면 아랍의 형제국가와 공조해 중동을 비롯해 이집트를 방어할 것”이라면서 “우리 지역이 직면한 도전들은 매우 크지만 우리가 뭉치면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랍지역이 테러리스트들에 의해 무덤처럼 변했다”며 “아랍연합군의 필요성이 절실해졌다”고 강조했다.

IS는 지난 15일 유튜브에 이집트 기독교 종파인 콥트교도들을 리비아 해안에서 참수했다고 주장하는 영상을 올렸다. 이집트는 다음날 리비아 내 IS 거점을 전격 공습한 뒤 유엔 주도의 연합군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AP통신은 엘시시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아랍연합군 창설이 가능하다는 점을 아랍 지도자가 처음 공개적으로 확인한 것이라고 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등은 지난해 11월 이슬람 무장세력들에 맞서 합동군 파견 가능성을 비롯한 군사협정 체결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주 안보 및 군사 관리들은 요르단, 프랑스, 이탈리아, 알제리의 추가 참여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중단됐던 이 논의가 재개됐다고 밝혔다.

◆IS에 분노하는 아랍 국가들

IS가 이슬람국가 건설을 천명하고 있으나 같은 수니파까지 살해하는 등 잔혹한 학살과 테러를 자행하자 아랍 국가들도 적극적으로 IS 공습에 나서고 있다.

특히 자국 조종사를 화형시키는 극악을 저지르자 요르단은 국왕부터 일반 시민까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IS 규탄에 나섰다.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은 직접 IS 진영 공습을 지휘했고, 부인 라니아 왕비도 수만명의 시민들과 함께 IS 규탄시위에 나섰다. 이집트는 IS가 지난 15일 자국민 콥트교도 21명을 집단 살해한 동영상을 공개하자 다음날 리비아 내 IS 진영을 공습했다.

IS 격퇴를 위한 국제 연합전선에 50여개 나라가 참여하고 있는데 최전선에 나선 아랍 국가들의 공습은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다. 이는 이슬람을 테러 종교로 덧칠했다는 분노와 함께 그 오명을 스스로 씻어내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 이집트 국영TV 방송사가 제공한 영상으로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각) TV 녹화 방송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이날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비롯한 이슬람 무장 세력의 위협에 직면한 중동에 ‘아랍연합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화면 왼쪽 하단에 아랍어 로고로 ‘대통령 연설’이라고 쓰여 있다. (사진출처: 뉴시스)

이런 가운데 이집트에 있는 수니파 최고 권위 꾸란 해석기관인 ‘알아자르’는 “IS라는 조직이 ‘이슬람국가’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며 이들은 테러 집단으로 이들을 타도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가 결속해 무력을 포함한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23일 주장했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알아자르 소속 법학자는 “IS에서 ‘이슬람’이라는 단어를 빼 신성하다는 이미지를 불식시켜야 한다”며 “그들이 국가라는 명칭을 꼭 사용해야 한다면, 그것은 테러국가라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IS가 기독교 신자들을 ‘십자군’이라 표현하는 데 대해 “그러한 시도는 일부 아랍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거의 대부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또 “IS와 같은 흉악한 조직은 반드시 종교와 신조를 곡해해 문명사회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려고 하고 있으나 그러한 시도는 결국 실패했다”며 “기독교와 유대교 지도자들을 포함해 IS에 대한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법학자는 IS로부터 ‘이슬람’을 제거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이슬람은 신성한 것으로 아랍 사람들도 이슬람이라는 단어가 없으면 종교가 아니라고 판단해 올바른 평가를 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행정부 관계자들도 IS나 다른 이슬람 무장단체들을 언급할 때 ‘급진 이슬람(radical Islam)’이라는 표현을 가급적 피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보수 세력으로부터 비판이 일기도 했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나섰던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최근 오바마 대통령이 이슬람 원리주의 테러단체들을 급진 이슬람이라 부르기를 거부한 사실에 대해 “그들이 누구인지 말하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패배시킬 생각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제이 존슨 국토안보부 장관은 22일 ‘폭스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IS가 이슬람 교리의 일부분에 해당한다고 언급하는 것은 그들이 원하는 전쟁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IS를 이슬람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들이 누릴 자격이 없는 존엄성(dignity)을 부여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슬람 극단주의든 폭력적 극단주의든 중요한 것은 IS가 우리 본토에 심각한 잠재적 위협임을 상징하는 테러 조직이며 군사적으로, 또 정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 문제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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