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3일 동국대 이사회가 로터스홀에서 289회 이사회를 개최한 가운데 동대 총학생회 측 학생들이 회의장 외벽 난간에서 현수막을 들고 총장 선거 재실시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새 이사장 선출… 소송 우려
이사회 또 파행… 교육부 조사

총장선거 둘러싼 잡음 심화
동국대 구성원 찬반여론 팽팽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동국대학교 신임총장 선거를 둘러싼 학내 권력다툼이 점입가경이다. 2달 넘게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가운데 총장 인선작업은 표류하고 있다. 최근 이사장 정련스님은 자신의 해임안을 들고 새 이사장 선출을 요구하는 이사들을 향해 강한 불만을 표출하면서 이사회 폐회를 선언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 버렸다. 이에 남은 이사 8명은 동국대 정상화라는 명분으로 이사회를 속개하고 신임 이사장에 일면스님을 선출해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급기야 국회에서도 이번 사태를 예의 주시하면서 교육부에 철저한 실태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종단 외압, 표절 의혹 이번에는 불법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이사장 선출 등 동국대 사태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 형국이 빚어지고 있다.

이번 사태의 피해 당사자로 지목된 김희옥 총장이 ‘동국대 총장선출 과정 불법성에 관한 전말’이라는 문서를 작성해 파문이 커지고 있다. 헌법재판관 출신인 김희옥 총장은 최고의 법률전문가로 인정받고 있어, 사태에 작지 않은 파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다시 파행으로 끝나버린 지난 23일 동국대 이사회에서 감사 제정스님은 총장 선거 외압 논란에 관한 감사보고서를 제출했다. 제정스님은 “사건의 사실관계는 김희옥 총장이 작성한 문서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종단 외압, 권리행사 방해죄”

김 총장은 지난해 12월 11일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을 비롯한 호계원장 일면스님, 교육원장 현응스님, 포교원장 지원스님, 중앙종회의장 성문스님 등 종단 수뇌부 5인과 만난 코리아나호텔 회합을 사실상 외압이자 현행법에 저촉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작성한 문서에서 “헌법과 교육관련 법률은 대학의 자율성과 자치를 정하고 있는 바, 총무원장 등 종단은 동국법인과는 달라서 동국대학교에 간여할 수 없다”면서 “총장 선출과정에서 종단이 개입 하는 것은 사립학교법 등 교육관련 법률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총장은 “엄격히 보면 그날 총무원장 등의 위력 (5원장) 행사는 형법상 강요에 의한 권리행사 방해죄가 될 수 있다”고 적시했다.

◆국회도 동대 파행운영 조사 요구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동국대 사태가 국회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 24일 윤관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제331회 국회(임시회) 제4차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황우여 교육부 장관에게 동국대 이사회 파행운영에 관한 교육부 입장을 서면으로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황우여 장관은 “사실을 자세히 조사해 보고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동국대가 총장 선출 문제로 총학생회와 이사회 등에서 잡음이 많다.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에서 선출된 후보자 중 2명이 사퇴했다”며 “사퇴하면서 직간접적인 외부의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나머지 총장후보자도 논문표절이 사실로 밝혀져서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문제의 심각성을 밝혔다.

윤 의원은 “학생들은 논문표절이 사실로 밝혀진 총장후보가 총장이 될 경우에 학업을 포기하고 싸우겠다고 해서 분규가 예상된다”며 “교육부의 신속한 점검과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김선근 이사 선임과 일면스님 신임 이사장 선출에 관해 위법성을 지적 하고 나섰다. 윤 의원은 “동국대 김선근 이사 선임이 사립학교법, 동국대 정관, 조계종단의 종립학교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있다”면서 “또 23일 이사회가 있었는데 이사회 안건으로 올라오지도 않았던 차기 이사장 선임을 임시의장을 뽑아서 긴급하게 처리한 것도 위법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관련 사항에 대해 교육부가 자료와 입장을 서면으로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 회의장 밖에서는 불교대학 학생들이 총장 선거를 조속히 실시하라고 맞불 시위를 펼치고 있다. 이들은 총장후보자 보광스님의 총장 선출을 요구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동대, 신임이사장 선출 두고 여론 양분

동국대 교수·학생·동문 등 학내 구성원들은 신임 이사장 선출을 두고 찬반 여론이 양분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동대 불교대학 교수들은 일면스님을 차기 이사장으로 선출한 것에 대해 “합법적인 절차”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25일 ‘조속한 학교 정상화를 지지하는 불교대학 전체 교수들의 입장’이라는 성명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반면 총장 선거 재실시를 촉구 해 왔던 동국대 교수협의회 측은 안타깝다는 입장을 보이며 빠른 시일 내에 교수협 회의를 열어 대응방식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학부 총학생회와 대학원 총학생회도 이사장 선출을 무효로 규정하고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총동창회로 구성된 동국대살리기 비상대책위원회는 법적 시비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정상화의 길로 들어서기 위해선 자승 총무원장이 사과하고, 공정성과 자주성이 훼손된 이번 총장 선거를 다시 실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불법(佛法, 부처님의 가르침)이 가득해야 할 종립학교 동국대가 종단 외압이라는 불법(不法, 법에 어긋남) 앞에 이미지가 크게 추락하며 혼란이 거듭되고 있다. 조계종과 동국대가 이번 사태의 해법을 어떻게 제시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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