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이라는 거
이영식(1956~  )
쾌도로 내려칠까요

민어 대가리처럼
뚝 잘라
맑은 탕이라도 끓일까요

자, 한 그릇
당신과 내 가슴 우려낸
국물이예요

아직 싱겁나요
그럼 울음 몇 방울 섞어드세요

쉬! 뒷담화는 금물,
눈물 비린내가 나거든요

[시평]
이별은 가슴 아픈 일이다. 그 이별의 아픔이, 오죽이나 아팠으면, 민어 대가리 마냥 쾌도난마로 뚝 내려쳐 잘라, 맑은 탕이라도 끓이고 싶었을까. 이별을 한 당신과 나의 이 아픈 가슴을 우려낸, 그런 탕이라도 부글부글 끓여내고 싶었을까. 그리고는 이내 ‘자, 당신과 내 가슴 우려낸 국물이요. 한 그릇, 우리 서로 훌훌 마시고, 그 아픔, 그 슬픔 모두 모두 속 시원히 쓸어냅시다’라고 말하고 싶었을까.

그러나, 그러나 그렇게 끝내기는 그래도 아쉽고 아픈 것이 이별 아니던가. 그래서 ‘울음 몇 방울 섞어’ 마시며 아픈 가슴, 그 아픔으로 달래며 쓸어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리고는 이내 이러니 저러니 무슨 말을 하겠는가. 이별은 이별이고, 그간의 일은 일인 것을. 그래서 뒷담화는 하지 않는 쿨한 이별. 그런 이별을 하고 싶은 것이리라. 가슴이 너무 아파, 하고픈 말, 말은 많고도 많지만.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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