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고한 율법 해석에 논란 커지자 한 발 물러서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슬람 성직자가 눈사람을 만드는 것도 이슬람 율법에 어긋난다며 금지령을 내려 논란이 됐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저명한 이슬람 성직자인 셰이크 무함마드 살레 알무나지드가 “눈사람을 만드는 것은 이슬람에 위배된다”며 금지시켜야 한다는 파트와를 내렸다고 지난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파트와는 이슬람 학자들이 율법을 해석해 내리는 일종의 판결문이다.

요르단과 인접한 사우디 북부 타북 주에 전날 오랜만에 많은 눈이 내리자 아이들은 거리로 달려 나와 눈사람을 만들었다. 이에 아이들의 아버지들이 웹사이트에서 이를 허용해줘도 되냐고 묻자 알무나지드는 “재미를 위한 것이라 해도 눈을 가지고 형상을 만드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사람의 형상을 만드는 것은 이슬람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이슬람은 사람의 형상을 만들어 우상화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최근 일어난 프랑스 파리 잡지사 ‘샤를리 엡도’ 테러에서도 알려졌듯이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의 모습을 형상화하는 것은 무슬림들이 금기하는 일이다.

눈사람이 우상숭배라는 파트와가 나오자 트위터 등에는 이를 비꼬고 반대하는 글들이 잇따랐다. 대부분은 아랍어로 쓰인 것들로, 아랍권에서도 이 성직자의 완고한 해석을 비판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논란이 일자 알무나지드는 13일 트위터를 통해 “눈으로 만드는 사람이나 동물의 이목구비를 뚜렷하게 하지 않으면 허용된다”며 “농부가 세우는 허수아비나 도로공사를 알리는 마네킹처럼 만들어야 한다”고 한 발 물러섰다.

이슬람교는 알라의 일위일체 믿음을 보호하는 데 매우 예민한데 그림이나 동상을 만들거나 전시하면 이를 알라처럼 숭배하는 신성이 생긴다고 믿는다.

예언자 무함마드는 ‘사람의 형상을 한 동상이나 그림이 있는 집에는 천사가 찾아오지 않는다’고 말했고 ‘이를 만들어 알라의 창조를 모방한 사람은 부활의 날 가장 가혹한 벌을 받는다’고 했다고 전해진다.

알무나지드는 2009년 ‘미키마우스를 죽여야 한다’는 파트와를 내린 당사자로 알려지면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고 아랍에미리트(UAE) 일간 걸프뉴스가 14일 보도했다.

그는 당시 “미키마우스를 죽이자는 게 아니고 해로운 설치류를 말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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