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본 사진(위쪽)의 앞줄 여성 지도자 3명을 삭제한 이스라엘 신문(아래쪽). (사진출처: Kevin Dubouis 트위터 캡처)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이스라엘의 정통파 유대교 신문이 지난 12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진행된 ‘샤를리 엡도 테러 규탄 행진’을 보도하면서 앞줄에 선 여성 지도자 3명을 삭제해 파문이 일고 있다.

13일 영국 BBC와 미국 뉴욕타임스 등 서구 언론들은 이스라엘의 정통파 유대교 계열 일간지 ‘하메바세르(Hamevaser)’가 세계 각국 지도자와 시민 등이 참여한 파리 테러 규탄 행진 소식을 전하면서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등 여성 지도자 3명을 삭제한 사진을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BBC 보도에 따르면 해당 신문사는 지난 12일자 지면에서 메르켈 총리와 헬레 토르닝-슈미트 덴마크 총리, 안 이달고 파리 시장 등 3명의 여성 지도자를 삭제한 사진을 사용했다.

메르켈 총리와 이달고 시장은 컴퓨터 프로그램인 포토샵을 이용해 마치 현장에 없던 것처럼 수정됐고, 토르닝-슈미트 총리는 사진을 잘라내는 방법으로 신문에서 삭제했다.

뉴욕타임스는 이 신문이 정통파 유대교인 하레디파 계열 언론으로 교파 규율이 정한 ‘정숙’을 이유로 여성의 사진을 지면에 싣는 일이 매우 드물다고 설명했다.

이슬람 극단주의 때문에 발생한 테러 사건에 반대하는 행진을 보도하면서 또다시 유대교 극단주의에 의해 남녀차별이 이뤄지면서 서구권에서 종교에 관한 추가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이스라엘 진보성향 언론 하아레츠(Haaretz)의 기자 앨리슨 카플란 소머는 “서구 세계가 극단적 종교 표출을 반대하는 데 힘을 합치는 동안 이 나라의 극단주의자들이 스스로 도마에 올랐다”며 하메바세르를 꼬집었다. 하아레츠는 이 신문이 단지 여성 지도자들의 모습을 지운 것뿐만 아니라 이들의 이름까지도 거론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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