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북한이 김정은을 희화화한 코믹물 제작 영화사에 대해 사이버 테러, 즉 해킹을 감행했다는 설이 나오면서 다시 북한의 사이버 전력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북한은 직접 사이버 공간에 침투해 테러를 할 수도 있지만 현재 세계 여러 곳에서는 ‘청부테러’로 보복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어 그 출처를 찾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모든 국가들이 사이버 영토를 확장하느라 바쁘지만 북한은 사이버 공간에서의 방어와 분열, 불법 이용에 집중하고 있다. 사이버 간첩행위, 전산망 공격, 역정보의 유통 등이 북한 사이버 전략의 핵심이다.

북한은 사이버 안보에 대해 다른 서방 국가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최근 발표된 ‘전국(戰國·Warring State): 중국의 사이버 안보전략’에서 저자 에이미 창은 중국이 공산당을 유지하기 위해 영토 주권이나 경제성장 등을 주장하는데 사이버 공유지(the cyber commons)의 정보를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알려진 대로, 북한의 사이버 안보전략은 한국보다는 중국과 더욱 가깝다. 사이버 공간은 김정은 체제의 세습체제의 생존을 보장하는 데 이용된다. 특히 실세 김여정이 컴퓨터에 밝아 사이버 전력 강화에 대거 투자한다고 알려지고 있다. 북한의 사이버 공격은 정보기술 연결에 취약한 다른 우월한 적들에 대한 비대칭 전력이다. 적들의 즉각적인 무력 대응을 유발할 가능성도 낮다. 북한이 출처라는 사실이 밝혀질 즈음이면 이미 흔적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북한의 사이버 보안은 북한 내부에 존재하는 심각한 균열을 은폐하고 있다. 북한의 정보 독점 때문에 외부세계는 엘리트 내부의 의견 차이와 핵·미사일 프로그램의 실제 능력, 21세기 아시아에서 봉건국가를 관리하는 데 제기되는 도전들을 측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리 해리스 미국 태평양사령관 내정자는 최근 청문회에서 “북한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휘발성이 높고 위험한 위협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경제적으로는 파산 상태이고 국제적으로는 고립돼 있어 정치적인 붕괴를 기다리는 처지다. 하지만 치명적이고 비대칭적인 무기들로 무장한 채 국제 규범의 법치에 구속되지 않는 독재정권은 극히 위험하다. 내부적으로는 정보 유통을 단속하면서 열려 있는 국제 정보 고속도로를 불법적으로 이용하는 활동에는 점점 열심이다.

일본 소니픽처스를 사이버 공격한 것은 발전하는 북한의 사이버 능력을 살필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사례다. 북한은 지난달 하드디스크를 파괴하고 귀중한 정보를 인터넷에 유포한 사이버 공격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소니 측은 평양을 비난했다. 공격에 사용된 악성 프로그램에서는 한글이 사용됐다. ‘기다리며 지켜보는(wait and see)’ 대응도 북한의 소행임을 암시한다. 북한에겐 그럴 만한 이유도 있다. 영화 ‘인터뷰’ 상영 한 달 전이다. 평양은 이 영화의 상영이 미국이 배후에서 조종하는 테러 행위라고 비난하고 있다. 31세 지도자 김정은의 암살 시도가 그려진 코미디지만 북한한테는 전쟁 선포의 선전포고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김씨 가문의 영속을 위해 세워진 북한 체제의 뒤틀린 시선에서 보면 약간의 신랄함도 여느 나라들과 달리 익살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

북한은 충분한 수단도 가지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북한이 각국 정부와 민간 컴퓨터를 공격했다는 보고가 늘고 있다. 북한에는 정찰총국을 비롯하여 정보기관들에 잘 숙련된 수천 명의 사이버 전사들이 있다. 몇 년 전 사이버 부대에서 일하다 나온 탈북자는 북한이 소유한 중국의 호텔에서 작전을 폈다고 증언했다. 심양과 심지어 상해 등지에도 북한 사이버 전사들의 진지는 무역회사 간판을 내걸고 버젓이 활동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북한에 교환교육의 기회를 제공했지만 북한은 이를 차세대 해커와 사이버 전사들을 교육하는 기회로 활용했다. 북한을 그렇게 가볍게 봐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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