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우리 측이 북한에 제의했던 제2차 고위급회담이 보기 좋게 무산된 가운데 북한은 연일 대북 전단 살포 억제 주장을 되풀이하며 남북관계 발전에 어둠을 몰고 오고 있다. 북한은 우리의 표현의 자유인 대북전단 살포를 자신들에 대한 생존권의 위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의 전단이 북한에게 생존권의 위협이라면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과연 누구의 생명권을 위협하고 있는가. 당연히 우리다.

그렇다면 해답은 간단하다. 우리가 삐라 살포를 중단한다면 북한은 과연 핵무기 개발을 포기할 수 있단 말인가. 자신들의 생명권은 중요하고 남의 생명권은 짓밟아도 된다는 논리하면 북한이야말로 파렴치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우리는 정부가 북한 당국에게 우리의 전단포기와 북한의 핵무기 포기를 등가로 교환하자는 주장을 감히 꺼내들라고 제안하고자 한다.

북한의 삐라에 대한 공포증은 말 그대로 발광적이다. 북한은 1일 대북전단 살포가 중단되지 않으면 그 어떤 남북 간 대화도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날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성명에서 “우리의 최고 존엄을 악랄하게 훼손하는 삐라 살포 망동을 중단하지 않는 한 그 어떤 북남 대화도, 북남관계 개선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이 같은 주장은 탈북자단체가 경기도 포천에서 비공개로 대북전단 100여만 장을 북한으로 날려 보낸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으로, 대북전단 살포의 중단이 2차 고위급접촉을 비롯한 남북 간 대화의 전제 조건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성명은 “삐라 살포 문제는 단순히 제2차 북남 고위급접촉과 관련된 문제이기 전에 우리의 최고존엄과 관련된 중대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 “삐라 살포 망동에 가담한 범죄자들을 온 민족의 이름으로 단호히 심판, 처단할 것”이라며 “그 처단 대상으로 살생부에 오른 자들은 우리가 이미 선고한 대로 임의의 시각에 임의의 장소에서 무주고혼이 될 것을 각오해야 한다”고 위협했다.

성명은 “상대방을 반대하는 삐라 살포 행위는 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전쟁행위”라며 “남조선 당국의 반공화국 삐라 살포 행위를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들과 국제사회에 고소하여 강력한 규탄 여론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제 우리는 가만 있을 수 없는 상황 앞에 서 있다. 북한이 정녕 대북 전단을 구실로 남북대화를 파경으로 몰아간다면 이쯤해서 뭔가 대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 최근 미국이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미국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우선돼야 한다고 기존의 입장을 다시 천명했다. 벤 로즈 미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북한과의 회담 재개에 전제조건이 있다는 미국 정부의 원칙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로즈 부보좌관은 21일(현지시각)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워싱턴 외신기자클럽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현 상태에서는 북한과의 대화가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이어 “미국은 외교의 문을 절대 닫지 않을 것이며, 협상을 추구할 것이지만 대화를 위한 대화에는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에반 메데이로스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북한이 비핵화 신호를 보내는 대신 오히려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새로운 형태의 핵과 미사일 시험을 위협하는 최근 성명들을 볼 때 북한이 신뢰할 수 있고, 진정성 있는 협상에 관심이 있다는 신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면서 “현재 위협과 도발의 위기가 커지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이번에 남북대화가 깨지고 나면 그 책임을 우리 한국에게 돌리면서 신속하게 장거리로켓(ICBM) 발사와 제4차 핵실험 카드를 빼들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핵무기 이상의 한반도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존재는 현재로선 없다. 대북삐라는 북한 정권이 정통성이 없고 북한 주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자 하는 목적 때문에 ‘위협’이 되는 것이지 북한이 정상국가라면 오히려 눈요기에 해당하는 ‘기구놀음’일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이제 당당하게 상대방의 생존권 위협수단을 제거할 것을 제안하면서 우리의 대북전단과 북한의 핵무기를 등가교환의 테이블에 올려놓아야 할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