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통일은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북한은 허장성세하지만 확산일로의 장마당 경제는 김정은 3대 세습의 봉건체제 기반을 거의 잠식해 가고 있다. 주민들 스스로 살아가는 북한의 장마당은 북한 경제의 98%를 점유하고 있다니 대관절 평양정권은 그 존재의미를 어디에 두어야 할 것인가. 9일은 독일 분단의 상징이던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지 25주년이 되는 날이다. 1989년 1월 에리히 호네커 동독 서기장이 50년 내지 100년은 더 존재할 것이라고 장담했던 베를린 장벽은 10개월 뒤에 무너졌다. 그로부터 독일은 불과 11개월이란 짧은 기간에 통일을 이뤘다.

독일은 예상하지 못한 통일선물을 너무 갑자기 받아 안았다. 그들은 소련이 중요한 위성국인 동독이 떨어져 나가도록 순순히 내버려둘 것이라고 생각지 못했다. 또한 독일 통일에 필요한 미국, 영국, 프랑스와 소련 4개국의 승인이 그렇게 간단하게 이루어지리라 짐작하지 못했다. 심지어 1989년 10월 말 우리나라에 왔던 빌리 브란트 전 총리도 한반도에서의 통일이 먼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일을 예상하지 못한 서독은 준비가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헬무트 콜 총리는 동독 주민의 평화 혁명이 가져온 베를린 장벽의 붕괴라는 통일의 신호를 잘 읽고, 이 기회를 활용해 통일을 달성했다. 콜은 1990년 5개월 동안 부시 대통령과는 4차례, 고르바초프 서기장과는 2차례의 정상회담을 하며 소련의 지지를 얻어냈다. 통일에 대한 의지를 갖고 미국과 소련을 오가며 치밀한 외교를 통해 지지를 이끌어내 이룬 결과다.

내년 8월이면 우리는 분단 70주년을 맞이하게 된다. 그때도 광복의 환희는 도적처럼 찾아온다. 따라서 통일이 언제 어떠한 형태로 이뤄질 것인지 예상하고 모든 준비를 다 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예상 가능한 분야에서 통일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그러면 우리는 통일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우선 첫째로 평화통일에 대한 의지와 역량을 준비해야 한다. 통일을 통해 분단으로 인한 고통을 해소하고, 국제사회에서의 남북 대치와 우리 사회의 갈등으로 인한 국력 소모를 없애려는 의지가 중요하다. 우리는 한때 독일 통일을 보면서 통일 비용을 걱정했다. 통일비용보다 더 중요한 건 통일에 대한 우리의 의지와 역량이다. 국민들은 통일비용은 걱정하면서 분단비용은 잊고 있다.

다음 둘째로 북한을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독일 통일 과정에서 큰 실수는 서독이 동독을 잘 몰랐었다는 점이다. 동독 경제를 과대평가했고, 그 결과 통일 비용도 더 들었다. 콜 총리도 자서전에서 동독에 대한 연구가 잘못됐고, 동독을 조금만 더 알았어도 실수는 적었을 것이라고 시인했을 정도다.

동독보다 더 폐쇄적인 북한을 잘 알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는 최대한 북한을 정확히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통일 과정에서 실수를 줄이고 통일 비용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셋째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조를 얻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줄기차게 벌여나가야 한다. 오늘날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시아의 환경은 우리에게 희생적인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 한반도의 통일은 동북아시아의 정치 지형은 물론 경제 지형도 크게 변화시킬 것이다. 한국의 통일이 이 지역의 안정과 경제적 번영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주변 국가들과 국제사회에 알려 지지를 얻어내야 한다.

통일은 단군 이래 우리 민족의 최대 축복이다. 그 축복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러나 저절로 찾아오는 축복은 분명 아니다. 통일에 대한 의지를 갖고 준비를 철저히 할 때 축복은 찾아올 것이다. 우리의 통일 대상은 다름 아닌 북한이다. 북한은 간단한 체제가 아니다. 핵무기 개발로 미국을 협박하던 북한은 최근에는 SLBM, 즉 잠수함 핵 발사시설 개발로 새로운 비대칭전력을 구축하고 있다. 이제 북한은 핵무기와 사이버테러에 이어 핵잠수함 수단으로 명실공히 3대 비대칭전력을 갖춘 우리의 위협세력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물리력은 분명 한계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최대 장점인 문화전력으로 북한을 관리하고 변화시켜야 한다. 이제부터 문화전력은 행동을 개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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