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며칠 전인 지난 19일, 서울의 한 공연장에서 북한의 인권 실태를 옹호하면서 북 체제를 찬양하는 토크쇼가 열렸는데 이 자리는 한마디로 북한을 찬양하는 뜨거운 ‘선전장’이었다. 이 자리에선 “진짜 인권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북한 상황을 참 다행이라고 여길 것”이라든지 “탈북자 80~90%는 다시 돌아가고 싶어 한다”는 말들이 거리낌 없이 쏟아졌다. 또 “북한에서는 의사들이 주민들을 찾아다니는 무상치료가 진행되고 있다”는 반세기 전 말도 나왔다.

대한민국의 한복판에서 21세기 지구상 최고의 인권탄압국 북한을 찬양하는 이들은 과연 누구인가? 이 행사를 이끈 사람은 황선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과 재미 동포 신은미 씨다. 황 씨는 범청학련·한총련 등 대법원이 이적(利敵) 단체라고 판결한 조직에서 주로 활동해왔고 2005년엔 만삭의 몸으로 북한에 들어가 평양산원에서 출산했다. 2012년 총선 때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15번을 받았다가 부정 경선 사건으로 제명되기는 했지만 국회의원이 될 수도 있었던 사람이다. 신은미 씨도 2011~2013년 6차례 방북한 뒤 북한 현실을 옹호하는 듯한 기행문을 인터넷 매체에 썼다.

신은미 씨는 미국에서도 북한을 찬양했고, 북한의 일부만을 보고 책을 펴내 많은 이들에게 그릇된 북한관을 심어준 장본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날 행사는 유엔총회 제3위원회가 김정은을 비롯한 북 권력의 핵심 인사들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세워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를 압도적 찬성으로 채택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직후에 열렸다. 세계 각국이 유엔 이름으로 북한 인권 탄압 실태를 규탄하는데 정작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국제사회 움직임을 조롱하면서 북한을 떠받드는 행사가 열린 것이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2만 7000명에 육박하는 탈북자들은 한결같이 북한의 처참한 인권실태를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고발해 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중국·동남아 등지에서 감시의 눈을 피해 산간벽지를 헤매며 짐승처럼 살아가는 탈북자들이 무수하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정권의 융숭한 대접을 받으면서 북이 보여주고 싶은 것만 잠시 보고 온 사람들이 전 세계가 규탄하는 북한 김씨 독재 왕조를 찬양하고 있다.

이들에게 묻고 싶다. 북한 주민 중 누군가가 평양 한복판에서 대한민국 체제와 인권을 옹호하는 행사를 가졌다면 과연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까. 거기서는 남쪽에서 올라간 진실이 담겨진 삐라만 읽어도 정치범이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참담한 현실을 과연 이들은 알고나 있는가 말이다. 그런데 서울에서는 이런 행사가 아무런 제약 없이 열리고 있다. 이 나라의 민주주의 제도를 종북(從北) 주장을 펴는 데까지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날 행사는 우리 내부 종북 집단의 병적인 실태를 보여주고 있다. 표현의 자유가 있는 이 나라에서 북한을 찬양하려거든 얼마든지 하시라. 그러나 사실에 기초한 팩트를 가지고 해야지 허구적 선전거리를 진실로 전한다면 그것은 사실에 대한 왜곡이요, 다수에 대한 용서할 수 없는 기만인 것이다. 북한에서 육칠십 년대 한때 의사들이 가정집을 찾아다닌 적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또 무상교육도 한때 잘 진행됐다. 그러나 그것은 북한 주민들이 피와 땀을 흘려 이룬 복지의 ‘순간적 열매’였지 지금도 그 복지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북한에 가 통일전선부의 안내를 받으며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황선 씨가 애기를 낳은 평양산원은 1979년 건설된 평양의 대표적 건물로 북한에서 최고의 의료진과 의료장비가 구비된 산모전문 병원이다. 그런데 이 병원에 입원하는 사람들은 엄격하게 제한돼 있다. 물론 세쌍둥이 낳으면 지도자 명의로 은수저에 금반지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과연 연간 세쌍둥이가 몇 쌍이나 태어나겠는가. 어쩌다 한번 헬리콥터를 띄운 것을 마치 매번 그런 것처럼 말하니 이야말로 기만인 것이다. 물론 북한에도 극히 일부 잘 되어 있는 것이 없지 않겠지만 마치 그것이 전부인 양 너스레를 떨어댄다면 그것은 통일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이들은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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