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초나라 재상 손숙오는 어진 사람으로 알려진 우맹을 평소에 후하게 대접해 주었다. 손숙오가 죽고 가난해진 그의 아들이 아버지의 유언대로 우맹을 찾아오자 그 아들을 자신의 집에 쉬게 하고 1년 동안 손숙오가 입던 옷을 입고 그의 말투와 몸가짐을 배웠다.

어느 날 왕이 베푼 연회장에서 우맹은 손숙오의 말투로 왕의 장수를 축하하자 왕은 손숙오가 살아서 온 줄 알고 깜짝 놀랐다.

왕은 나중에 우맹이 꾸민 것을 알게 되자 그를 재상으로 임명하려고 했다. 그러자 우맹이 대답했다.

“집에 돌아가서 아내와 의논하게 해 주십시오. 아무쪼록 3일 동안의 여유를 주십시오.”

왕의 허락을 받은 우맹은 3일 뒤 다시 왕을 찾아갔다.

“아내와 의논이 되었는가?” 하고 왕이 물었다.

우맹이 대답했다.

“아내가 이렇게 반대를 합니다. 초나라 재상 같은 것은 해서는 안 된다고 말입니다. 손숙오 같은 분은 초나라의 재상으로 충성을 다하고 욕심을 버리고 나라를 잘 다스렸습니다. 그 때문에 폐하께서는 패자가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손숙오 그 분이 세상을 떠난 뒤 그의 아들에게는 약간의 땅도 남기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몹시 가난해서 나무를 해서 팔아 겨우 생계를 이어가는 형편입니다. 어차피 손숙오처럼 될 바엔 자살하는 편이 더 낫습니다. 이것이 아내의 말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우맹은 노래를 불렀다.

-산에 살면서 밭을 갈고 일을 해도 먹을 수가 없구나.

그렇다고 관리가 된다면 욕심을 부려 몸이 더러워져야 재물을 남기고

수치를 생각지 않는 자만이 죽어서 처자에게 재산을 남긴다.

그러나 자칫 잘못하면 뇌물을 받고 법을 어겨 대죄인의 이름을 받아서

내 몸도 죽고 집안도 망하게 된다.

더러운 관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대로 정직한 관리가 되어 법을 지키고 직무에 충실하며

죽기까지 비행을 범하지 않는다.

선량한 관리는 되지 말 것이니

초나라 재상 손숙오는 죽기까지 정직해서

지금은 처자가 가난한 생활을 하며 나무를 팔아 생계를 이어가니

재상 같은 것은 해서는 안 된다.-

장왕은 우맹의 손을 붙잡고 사과했다.

왕은 곧 손숙오의 아들을 불러들여 침구 땅에 4백호의 영지를 주어 아버지의 제사를 지내도록 했다.

손숙오의 집안은 그 뒤 10대에 걸쳐 번영을 누렸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우맹의 건의가 시기를 잘 맞추었기 때문이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