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순우곤은 제나라 사람의 데릴사위로 키는 7척이 못 되었으나 기지가 대단한데다 말솜씨가 좋아서 자주 제후들에게 사절로 나갔지만 한 번도 모욕을 당한 일이 없었다.

제나라는 위가 왕이 되어 다스리고 있었다. 왕은 내기를 좋아했다. 주색에 빠져 밤낮을 가리지 않고 흥청거렸고 정치는 중신들에게 맡긴 채 돌보지 않았다.

나랏일을 돌보지 않았기 때문에 관리들의 기강은 문란해지고 외국의 침략이 잇달았다. 나라의 운명은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험에 빠져 있었다. 그런데도 왕의 측근은 누구 하나 나서서 간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순우곤은 내기를 구실 삼아 왕에게 간했다.

“우리나라에 한 마리의 큰 새가 있습니다. 어전의 뜰에 앉아 있는데 3년 동안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습니다. 무슨 새일까요?”

그러자 왕이 대답했다.

“날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일단 날으면 하늘까지 오를 것이다. 그리고 울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한 번 울면 사람의 간장을 도려 낼 것이다. 그대가 말하려는 뜻을 알겠다.”

왕은 즉시 각 현의 지사 72명을 도읍에 불러들여 상과 벌을 내리고 먼저 기강을 바로잡았다.

그런 다음 군사들을 거느리고 다른 나라를 치기 시작했다. 제후들은 당황해서 빼앗았던 제나라의 영토를 바로 돌려주었다. 그로부터 36년 동안 왕의 위엄은 널리 퍼졌다.

제나라 위왕 8년에 초나라가 제나라에 쳐들어왔다. 제나라 왕은 조나라에 구원을 요청하기 위해 순우곤을 사자로 보내기로 했다.

조나라 왕에게 보낼 예물로는 금 백 근과 말 4필이 끄는 마차 10대를 준비했다. 그 예물을 본 순우곤은 갑자기 하늘을 향해 웃기 시작했다. 너무 크게 웃었기 때문에 갓끈이 모두 끊어지고 말았다.

왕이 의아해 물었다.

“그대는 예물이 적다는 것인가?”

“아닙니다.”

“하지만 그대가 웃는 데는 무슨 이유가 있을 것이 아닌가?”

“아닙니다. 저는 지금 동쪽에서 오는 길인데 도중에 길바닥에서 풍년을 빌고 있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좁은 밭에서는 바구니에 가득, 넓은 밭에서는 수레에 가득, 오곡은 무르익어 내 집에 넘쳐라.’ 변변찮은 제물을 차려 놓고 그처럼 욕심을 부리는 것을 생각하니 갑자기 우스워져서….”

왕은 그 뜻을 깨닫고 곧바로 예물로 황금 천 일, 백벽 10쌍, 마차 백 대로 늘렸다.

순우곤은 그제야 조나라를 향해 떠났다.

조나라 왕은 정병 10만 명과 전차 천 대를 내주었다. 초나라는 이런 움직임을 알자 어둠을 타서 군대를 철수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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