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태 중국 월수외국어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현 정부의 국정운영 핵심에는 창조경제와 과학기술이 포함돼 있다. 창조경제란 ‘가치 중심의 경제’를 의미하며, 과학기술뿐만 아니라 인문학도 포함한다고 볼 수 있다. 현 시점을 인문학 및 기초과학의 위기라고 말한다.

일부 대학에서는 문(文)·사(史)·철(哲)이 통·폐합되기 시작했다. 또 기초과학 기피현상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다가 세간의 무관심 또한 인문학과 기초과학의 초라한 현실을 반증하고 있다. 이러한 양상에는 청년실업의 증가, 균형 있는 일자리의 부족, 저출산에 의한 학령인구의 감소, 구조조정 등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겠다.

미래의 성장 동력은 지금까지와는 다를 수 있다. 세상을 바꾸고, 세상과 소통하고, 세계를 잇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그렇다면 새로운 가치 창출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학문의 뿌리이며 다른 학문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인문학과 기초과학에 있다고 본다. 국가발전과 밝은 미래를 보장받으려면 인문학과 기초과학이 튼튼해야 한다.

아무리 추종기술과 정보기술이 발달하더라도 이들 학문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발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뿌리 없는 나무가 어디 있으며, 뿌리 깊은 나무가 쉽게 흔들리지는 않지 않은가?

스마트폰의 예를 들어보자. 다양한 기능을 탑재하고 정교하게 잘 만들어진 스마트폰일지라도 떨어뜨렸을 때 더는 사용할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내열성, 내구성, 흡수율 등의 재료 물성은 고려하지 않은 채 기능만을 강조해서는 안 된다.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라의 발전이 과학기술에 있다면, 인문학 및 기초과학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 미래를 통찰하는 법, 소통의 인프라 구축, 그리고 사회적 인간으로 만드는 것은 인문학에서 방대하게 다뤄진다. 다시 말하면 내면의 힘은 단단하게 구축된 인문학에서 길러진다고 볼 수 있겠다.

우리는 추종기술혁신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왔다. 그래서 반도체를 비롯한 여러 과학기술분야에서 세계적인 전문가도 꽤 양성됐다. 그 결과로 정보기술(IT)산업은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과학 분야의 노벨상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듯하다.

기초과학이 튼튼한 일본은 1949년부터 지금까지 과학 분야에서만 19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우리의 교육 풍토는 인정받는 사람이 되기 위해 공부를 해 온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급인력들은 취업에 유리하고 당장 경제적인 부를 창출할 수 있는 학문을 선호하고 있다. 그리고 기업은 인문학이나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보다는 가시적 성과를 원했다. 이는 궁극적으로 핵심 기술의 높은 해외 의존도를 낳게 했다.

기초과학과 인문학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을 바꾸고 저변을 확대해야 한다. 희토류 금속 등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연구와 아이디어 창출은 기초과학에서 이뤄질 것이다. 또 한류 발현의 근간은 인문학에서 이뤄지지 않았던가? 지식정보화시대에 아이디어는 인문학 및 기초과학과 접목함으로써 얻어질 수 있다. 통합적 사고를 가능하게 하는 동시에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얻어진 융복합의 결과물은 역동적인 성장의 견인차로써 세계화, 선진화를 구축할 수 있다. 공공외교의 시대에 드러나고 있는 것이 ‘소통’이다. 인문학은 ‘소통의 장’일 뿐만 아니라 이를 활성화하는 ‘허브’다. 인문학적 사유와 기초과학의 토대 위에 창조경제와 과학기술의 발전도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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