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해

김현(1946~ )

 

불빛이 체온처럼
어둠을 밝히는 거리

술잔에 비치는 건
손이 시린 수평선

누구도
닿지 못하는
섬과 섬들이 있었다.

 

[시평]
누구에게나 닿지 못하는, 그래서 갈 수 없는 마음의 섬들이 있다. 닿을 수 없고, 또 갈 수 없으므로 더욱 가고 싶은 섬. ‘섬’은 어느 의미에서 동경의 대상이 된다. 바다라는 물이 육지와 섬 사이를 가로 막고 있어 더욱 가고 싶은 동경의 대상.
쓸쓸히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어느 허름한 주막에 앉아 술을 마신다. 그것도 혼자. 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마치 체온 마냥 희미하고, 술잔에 비추는 것은 멀리 아슬아슬 바라다 보이는 먼 바다 끝, 끊일 듯 끊일 듯 이어진 희미한 수평선뿐. 그리고 그 주위로 떠 있는 크고 작은 몇 개의 섬들뿐이다.
우리의 체온이 36.5˚라고 했던가. 그 체온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것, 어쩌면 저 머나먼 바다 끝에 걸려 있는 수평선의 위태로움을 바라보는 것과 같은 것 아니겠는가. 한 잔 술을 들고 머나먼 바다의 끝, 위태롭게 놓인 수평선, 그 인근으로 떠 있는 크고 작은 섬들이나 바라보는 것, 바라다보며 누구도 닿을 수 없는 세상을 잠시나마 꿈꾸는 것, 이러함이 우리네 삶 아니겠는가.

윤석산(尹錫山) 시인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