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 앞에서

조안

 깊은 잠에 빠졌던 나무들 깨우려고

돌멩이
툭,
툭, 차며
어린 봄이 누빈다

꼬부랑 할머니 마음도 나부끼는 이 봄날

[시평]
이제 겨울의 문턱으로 들어서고 있는데,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날씨가 쌀쌀하다. 나무들도 또 풀들도 모두 땅속 깊이 몸을 움츠리고는 깊은 겨울잠을 잘 채비를 한다. 길어야 석 달인데, 왜 겨울은 유난히 길게 느껴지는 걸까. 아마도 혹독한 추위가 무서운 얼굴을 하고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리라.
아직 겨울의 문턱에 서 있으면서도, 봄을 생각하는 것은 아마도 만물이 모두 죽은 듯한 그 겨울을 피해가고 싶기 때문이리라. 봄이 오면 깊은 잠에 빠져 있는 나무들도 기지개를 켜며 깨어나고, 얼어버린 땅에 단단히 붙들려 있던 돌멩이들도 해토와 함께 꿈지럭 꿈지럭 움직일 것이다. 그래서 개구쟁이 아이들은 돌멩이들을 툭 툭 차며 이제 막 찾아온 어린 봄 속으로 들어갈 것이다.
어디 어린이뿐이겠는가. 연세가 높아 이제 몸도 무엇도 모두 꼬부랑이가 되신 할머니, 그래서 마음까지도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버렸을 듯한 할머니의 마음에도, 봄날의 훈훈한 바람은 불어와 나부끼리라. 모든 것이 새롭게 기지개를 켜는 새봄, 겨울의 문턱에서부터 벌써 기다려진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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