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가르쳐야 할 종교가 지도자들의 비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부패한 종교는 재정비리, 성추행, 학력비리, 파벌 싸움, 교회 세습, 정교유착 등 각종 모양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종교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개신교, 천주교, 불교를 중심으로 부패한 종교계의 실태를 진단한다.

 

▲ 지난 2012년 5월 15일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과 소속 승려들이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서 108배를 올리고 있다. 자승 총무원장은 소속 승려들의 억대 도박파문과 관련해 참회의 뜻을 밝히고 100일 동안 108배 참회정진을 진행했다(왼쪽). 고개 숙인 자승 총무원장.

불교, 국내 ‘제1종단’… 신자 1천만 명
영국 이코노미스트 “한국불교는 협잡꾼”
음주·도박·계파싸움·주식투자로 얼룩

지도층 승려 전횡 통한 도박·음행 계속
주지만 되면 ‘교권과 돈’ 따라오는 구조
불법·부정행위 감시 신고센터도 개설해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개신교 120년, 천주교 250년, 그리고 불교 1700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3대 종교가 한국에 전래된 역사다. 이 가운데 한민족의 유구한 역사와 그 맥을 같이해온 종단인 불교는 우리나라의 제1종단이다. 1000만 명 이상이 불교 신자다. 불교는 오랜 세월 동안 수백 개의 종파로 나눠졌으나, 그중에서도 불교를 대표하는 종파는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불교조계종’이다. 한국불교의 현주소를 이야기할 때 조계종을 빼놓을 수 없다.

4명 중 1명이 불교 신자인 데도 조계종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따갑다. 2년 전에 터진 백양사 도박승려 사태는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다. 불교계가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자성과 쇄신을 연일 외치며 108배 참회 정진에 나선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개혁의 선봉에서 변화를 다짐했다. 하지만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도리어 종단 안팎으로 지탄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사기꾼으로 몰락한 한국불교

세계적인 주간지인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를 며칠 앞두고 한국불교의 부정, 부패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 잡지는 아시아판 기사에서 조계종의 부패와 내분 양상을 거론하며 한국불교를 강력하게 질타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기사 제목을 ‘한국불교는 협잡 (Monkey Business: 옳지 아니한 방법으로 남을 속임)’이라고 뽑았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불교가 협잡꾼으로 몰락하는 순간이었다. 잡지는 승려의 음주, 도박, 교단 파벌(계파)싸움, 승려의 대형승용차 이용, 고급 레스토랑 출입, 주식투자 자제 등의 내용을 담은 쇄신안을 거론하며, 사실상 이런 일이 한국 불교계 내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음을 꼬집었다.

이코노미스트는 총무원장 자승스님의 연임 시도, 그로 인한 갈등 등 일련의 사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잡지는 “자승 총무원장은 최근 사과하는 데에 익숙해졌다”고 비꼬았다. 또 백양사 승려도박 사태로 ‘연임하지 않겠다’던 말과 달리 차기 총무원장 선거에 뒤늦게 뛰어들면서 출마로 입장을 바꾼 것을 재빨리 사과했다고 보도했다.

총무원장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조계종 교구본사 주지 승려 24명에 대한 인사권, 신도 1000만 명, 연간 예산(올해 예산은 450억 원)과 문화재, 토지임 대료 등 막대한 자산을 관리하게 된다면서 무소불위의 총무원장 권한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선거 이면에 돈과 교권을 쉽게 놓을 수 없는 배경이 깔려 있음을 우회적으로 말한 것이다.

이 잡지는 또한 “정치계처럼 (또한 미국의 일부 초대형 교회처럼) 부패와 성추문, 내분은 뒤섞이게 마련”이라고도 지적했다. 당시 불교 신자들은 극심한 불법·부정행위를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어 이를 감시하는 신고센터까지 개설하는 웃지 못 할 일도 벌어졌다.

이뿐 아니라 승려들의 성추문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12년 조계종 승려들의 도박 동영상을 폭로한 성호스님은 한국 불교계를 비판한 ‘룸살롱 간 총무원장… 부처가 통곡한다’는 책을 발간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부정부패 온상 ‘돈’… 선거제 개혁부터

선거제도 도입은 조계종의 진짜 개혁이었다. 1988년 개혁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위원회가 지도부를 임명했으며, 선임된 지도부는 힘을 잃을 때까지 유지됐다. 하지만 1994년에 시작된 간접선거는 파벌 짓기와 정치공작, 권모술수가 따라오는 모순을 낳았다.

현재도 교구본사 선거 때가 되면 금권선거와 흑색선전이 난무하다. 최근에는 돈 선거 의혹이 끊이지 않았던 마곡사(조계종 6교구 본사)의 전·현직 본사 주지가 금권선거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불교계 내에서도 부정부패의 온상은 ‘돈’이라고 지적한다. 이도흠 정의평화불교연대 공동대표는 종단을 몰락시키고 스님을 타락시킨 첫 번째 주범을 돈으로 꼽았다.

그는 “중앙은 총무원장 1인, 각 사찰은 주지에 의해 삼보정재(불교재산)가 독점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를 견제할 감시기구 및 체제는 거의 작동되지 않고 있다”면서 “이에 지도층 승려들의 전횡·공금유용·축재를 통한 도박과 음행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주지만 되면 교권과 돈이 뒤따라오게 돼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주지는 문화재관람료수입이나 정부보조금 등 막대한 고정수입을 보장받는다. 그 수입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주지 제도와 제왕적인 권력을 가진 총무원장 제도를 개혁하지 않고서는 쇄신과 변화를 논하기 쉽지 않다는 게 종단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협박, 공금횡령, 사찰 불법매각 등 수많은 승려의 비리를 끊어내기 위해선 출가자가 수행과 전법에 전념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드는 데 노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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