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가르쳐야 할 종교가 지도자들의 비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부패한 종교는 재정비리, 성추행, 학력비리, 파벌 싸움, 교회 세습, 정교유착 등 각종 모양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종교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개신교, 천주교, 불교를 중심으로 부패한 종교계의 실태를 진단한다.
▲ 지난 2011년 1월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 당시 선거법 위반 논란으로 목사들 간 몸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2012년 2월 급기야 한기총에서 한교연이 분리돼 나왔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기획] 부패한 종교, 이대로 좋은가? ②개신교 내 권력 싸움 & 신학교 문제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개신교 내에서 주도권 다툼으로 인한 병폐는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교단 내 총회장을 차지하기 위한 불법 선거, 교단연합단체장직을 놓고 벌이는 패권전쟁, 연합단체 간 알력 다툼 등 권력을 쥐기 위한 흙탕물 싸움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목회자들이 나서서 신앙인이 추구하는 가치인 ‘사랑‧용서‧양보‧희생‧축복’과는 거리가 먼 종교적 부패를 양산하고 있는 것. 가장 다툼이 심한 곳은 교단연합단체이다. 현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한국교회연합(한교연) 등 세 곳이 있다.

가장 먼저 발족한 곳은 1924년 창립된 NCCK이다. NCCK는 당시 한국교회의 연합과 선교, 정의로운 사회 구현을 목적으로 탄생했다. 그러나 사회 개혁을 부르짖는 NCCK는 친정부성향의 보수 개신교계를 만족시키지는 못했다.

60년 후인 1984년 한국교회는 선교100주년을 맞아 교파를 초월해 성대한 기념행사를 치렀다. 이 대회에 참석했던 교계 원로들은 NCCK가 운영되고 있음에도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새로운 단체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리고 1989년 12월 28일 36개 교단, 8개 기관이 참여한 가운데 강남중앙침례교회에서 한기총을 창립했다. 이후 진보 성향인 NCCK와 보수 성향인 한기총은 서로 섞일 수 없는 물과 기름 같은 관계로 정착됐다.

한기총의 회원 교단 및 기관은 급격히 증가했고, NCCK보다 훨씬 큰 교세를 형성했다. 이에 거대한 조직과 막강한 파워를 갖춘 단체가 됐다. 한기총은 국가 정권과 맞물려 주요 행사에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단체로 모습을 드러냈다.

한기총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질수록 단체 내 패권을 쥐기 위한 진흙탕 싸움은 치열해졌다. 한기총 내에서는 ‘10당5락(10억 뿌리면 당선되고 5억 뿌리면 떨어진다)’으로 대변되는 금권선거가 만연하게 됐다. 지난 2011년에는 SBS ‘기자가 만나는 세상 현장 21’이 이 내용을 집중 보도해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이에 반발한 한기총 소속 일부 회원교단은 금권선거와 자질논란, 이단 규정‧해제 문제 등을 비판하고 연합기구 개혁을 부르짖었다. 결국 또 다른 연합기구인 한교연을 출범시켰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그 나물에 그 밥이었다. 대표회장 한영훈 목사가 대법원에서 업무상 횡령 등 실정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고작 출범 3년여 만에 한교연의 위상은 땅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 지난 2011년 SBS ‘현장21’이 한기총의 금권선거 ‘10당5락’을 다룬 내용을 방영해 큰 파문이 일었다. (사진출처: SBS 방송화면 캡처)

한교연의 가장 큰 축을 형성하고 있는 예장 통합은 한영훈 회장에게 퇴진을 요구했다. 또 한교연 초대 사무총장으로 인준됐다가 회장단과의 갈등으로 6개월 만에 해임된 안준배 목사의 해임이 무효라는 법원 판결까지 가세해 한교연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잇따른 연합단체들의 부패 소식에 교계에서는 새로운 연합기구 창설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한기총과 결별을 선언한 예장 합동은 올초 제4의 연합기구 창설을 주장했다.

한기총과 한교연의 잇따른 몰락으로 예장 합동은 교계 내 패권을 쥘 수 있는 기회를 엿봤다. 그러나 교계 분위기는 뒷받침되지 못했다. 지난 2월 교계 언론이 진행한 한 설문에서 주요 교단 총회장과 연합기관장(NCCK와 한기총, 한교연 등 해당 기관 제외)들은 제4의 연합기구 설립에 대해 95.2%가 ‘필요 없다’고 답변했다. 예장 합동만 찬성했을 뿐이다. 사실 예장 합동을 제외한 주요 교단들은 세 연합단체에 대부분 소속돼 있다.

각 교단 내에서 벌어지는 권력 다툼도 연합단체들의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 주요 교단들은 매 총회 때마다 ‘불법선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온갖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금권선거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또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네거티브 선전도 만연하다.

성직자들의 이 같은 행태를 바라보는 교인과 사회의 시각은 냉소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목회자가 되기 위해 준비 중인 신학생들의 실망은 더욱 컸다.

예장 합동 소속 신학교인 총신대 신학대학원이 지난해 신대원 응시자 수의 급격한 감소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실시한 설문에서 학생 50.1%는 ‘교단 지도자들의 실추된 모습’을 이유로 꼽았다. 신대원 준비 학생에게 총신대 신대원을 추천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52.2%가 ‘교단 정치와 지도자들이 덕스럽지 못해서’를 들었다.

이 때문에 목회자들의 권력지향주의가 결국 개신교의 몰락을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끝을 알면서도 빠져나올 수 없는 수렁에 빠진 개신교. 그들이 붙잡을 동아줄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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