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가르쳐야 할 종교가 지도자들의 비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부패한 종교는 재정비리, 성추행, 학력비리, 파벌 싸움, 교회 세습, 정교유착 등 각종 모양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종교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개신교, 천주교, 불교를 중심으로 부패한 종교계의 실태를 진단한다.

 

▲ 전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는 2011~2012년 2년 동안 아동 성추행을 저지른 사제 400명의 성직을 박탈했다. (사진출처: 뉴시스)

[기획] 부패한 종교, 이대로 좋은가? ③천주교 지도자 도덕성 논란

성직자 아동 성추행 파문 ‘최악’
마피아까지 연루된 돈세탁 혐의
프란치스코 교황, 본격 개혁 나서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2000년대 들어 로마가톨릭은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추문으로 곤욕을 치러야 했다. 이뿐 아니다. 바티칸 은행의 부패와 비리가 드러나면서 가톨릭 사제들의 영적·도덕적 권위는 땅에 추락했다. 이와 함께 동성애 논란, 마피아 연루설까지 가톨릭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사제 아동 성추문 ‘공공연한 비밀’

지난 2002년 미국 보스턴에서 30년간 어린이 130명을 성추행한 사제가 구속되면서 그동안 의혹 차원에서 제기됐던 사제들의 성추문이 미국 전역에서 폭로됐다. 바티칸 교황청은 처음에는 이 사건을 ‘미국 내 문제’로 치부했다. 그러나 이후 독일 오스트리아 아일랜드 네덜란드 벨기에 등 유럽 전역에서 오랜 기간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이 자행돼 왔음이 드러나면서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성추문은 멕시코 브라질 칠레 등 남미도 예외가 아니었다.

사제들의 어린이 성추행은 오랜 기간 만연되어 온 가톨릭계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지도층의 도덕성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성추문이 불거진 나라에 여러 차례 사과했지만, 가톨릭교회는 사제들을 처벌하기는커녕 사건 은폐에 급급해온 게 사실이었다. 아동 성추행의 원인으로 동성애가 거론되기도 했고, 실제로 동성애자인 사제가 있다는 스캔들이 계속 터졌다. 고령으로 인한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한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실은 사제 아동 성추행 문제와 바티칸 은행의 부패, 그리고 지하 동성애자 조직 등 가톨릭 추문에 관한 보고서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유엔 인권위원회 아동권리위원회(CRC)는 올해 1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사상 최초로 가톨릭 사제에 의한 성추행 청문회를 열었다. 유엔은 교황청에 ‘성범죄를 저지른 사제들의 명단을 공개하고 퇴출시키라’는 권고를 내렸다.

그동안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처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프란치스코 교황은 3월 아동 성추행 근절을 위한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성직자들의 아동 성추행 근절 및 피해자 지원에 나섰다. 그는 성직자들의 성범죄에 대해 “끔찍한 범죄다. 사탄 숭배 미사만큼 추악한 일”이라며 “관용은 없다”면서 관련자들을 강력 처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교황청은 2004년 이후 지난 10년간 아동 성폭행 및 성추행 혐의로 848명의 성직을 박탈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돈세탁’ 악명 높은 바티칸 은행

성추문 논란으로 홍역을 앓던 가톨릭은 ‘바티리크스’로 휘청거렸다.

바티칸과 위키리크스의 합성어인 ‘바티리크스’는 교황청의 뇌물수수, 바티칸 은행의 돈세탁 혐의 등이 폭로된 기밀문서로, 이 문서가 유출되면서 바티칸 일부 고위 성직자들이 외부업체와 계약에서 가격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부정을 행한 일과 바티칸 은행이 돈세탁을 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 또 교황청 내부 권력 암투설까지 흘러 나왔다.

지난 1942년 설립된 ‘종교사업기구(Instituto per le Opere di Religioni; IOR)’, 일명 ‘바티칸 은행’의 재산 내역은 비밀에 가려져 있었다. 스위스 은행과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은행으로 유명한 바티칸 은행은 부정, 돈세탁, 마피아와의 거래 등에 연루됐을지 모른다는 보도가 끊이지 않았다. 교황 요한 바오로 1세가 1978년 이 은행의 ‘불투명한 거래’를 조사하려다가 재위 33일 만에 살해당했던 게 아니냐는 소문도 있다.

지난 2010년 바티칸 은행의 돈세탁 추문이 다시 불거지면서 이탈리아 당국은 교황청 자금 2300만 유로(약 350억 원)를 압수하고 돈세탁 혐의를 집중 수사했다. 2012년과 2013년에도 돈세탁 의혹 사건이 계속 적발됐다. 때로는 바티칸 은행이 마피아 자금의 돈세탁에 이용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취임 후 바로 바티칸 은행 개혁에 나섰다.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경영진을 모두 교체했으며, 새로운 바티칸 은행장에 프랑스 금융인 출신인 장 밥티스트 드 프랑수 씨를 선임했다. ‘피 묻은 돈은 천국에 들일 수 없다’며 마피아와 성전을 선포했다. 지난달에는 71년 만에 처음으로 바티칸 은행의 총자산(33억 9101만 유로)을 공개했다. 바티칸 은행 개혁에 나선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톨릭의 어두운 역사를 걷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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