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관계자들과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및 산재의심 피해 가족들이 첫 협상 테이블에 앉아 있다. (사진출처: 뉴시스) ⓒ천지일보(뉴스천지)

피해자끼리 ‘보상 방식’ 놓고 내부 갈등 확대
“8명만 우선 논의” vs “전원 대상으로 논의”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삼성전자와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간 협상이 공전(空轉)하고 있는 사이 피해자 측이 두 갈래로 갈라질 위기에 처했다. 보상 방식을 놓고 내부에서 이견을 보이던 피해자들 간 갈등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현재까지 대화조차 시도하지 않고 있어, 7차교섭 전까지 내부 조율에 실패할 경우 교섭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지난 5월 권오현 부회장의 공식사과 이후 삼성전자와 직업병 피해자 측의 교섭이 시작됐다. 수차례 교섭이 진행됐음에도 진전이 없자, 6차 교섭을 앞두고 피해자 측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리기 시작했다.

그간 피해자 측 협상자로 참여한 8명 중 5명은 삼성전자가 제시한 ‘협상 참여자 우선 보상’안을 수용해 협상을 진전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고, 황상기 반올림 교섭단장을 포함한 3명은 이를 반대했다. 6차 교섭 직전까지 이에 대해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교섭장에 들어선 피해자들은 결국 균열을 드러냈다.

8명 중 5명이 우선 보상을 논의해보자는 자신들의 입장을 삼성에 전달한 것. 삼성도 이를 수용, 우선 보상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반올림은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 측의 공식 입장은 ‘피해 접수자 전원 보상’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한 언론을 통해 ‘반올림이 우선 보상을 찬성한 피해자를 협상에서 빼려 한다’는 내용이 기사화되면서 반올림 내부의 갈등은 더 깊어졌다.

우선 보상에 찬성한 송창호 씨는 기자와의 통화해서 “지난 8일 가족모임(피해자 회의)에서도 양측의 의견이 대립하자 반올림이 교섭에서 나가라고 했다”며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만 먼저 보상받고 끝내겠다는 게 아니다”라며 “보상에 대해 삼성과 논의조차 안 되고 있기 때문에 논의라도 해보자는 차원에서 삼성의 제안을 받아들이자고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예전에는 다수의 의견을 존중하던 반올림이 변했다”며 “반올림이 반대해도 우리는 우선 보상을 찬성하는 입장으로 삼성과의 교섭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올림 역시 ‘피해 접수자 전원 보상’이라는 원안을 강경하게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반올림 한 관계자는 “삼성은 8명에 대해 먼저 보상을 진행하며 마련한 기준을 확대 적용한다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피해자마다 질병, 업무 기간 등이 다양해 다 포괄하기 어려워 나머지 피해자들이 보상에서 배제될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어 “교섭이 지루해지니 삼성에서 피해자 가족들을 혼란시키고 지치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우선 보상 찬성자들을 배제하겠다고 말한 적은 없다”며 “7차 교섭에 함께 임할지는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 측은 피해자 간 갈등으로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삼성은 “반올림 내부 이견에도 불구, 최종 협상 타결을 위해 투명하게 협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편 삼성전자와 반올림 측은 ‘보상’뿐 아니라 ‘사과’와 ‘재발방지’를 두고도 두 달 넘게 이견의 폭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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