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올림측 황상기 씨 ⓒ천지일보(뉴스천지)

쪼개진 피해자 ‘이전투구’
반올림 “같이 협상 못해”
대책위 “교섭 함께 진행”
삼성 “분열 우리책임 아냐”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삼성전자와 직업병 피해자들 간 협상이 제자리에 멈춰 섰다. 내부 갈등으로 갈라진 피해자 교섭단이 서로를 ‘교섭의 주체’로 주장하고 나서면서 논의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3일 오후 2시 보상·사과·재발방지 대책을 놓고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7차 교섭이 진행됐지만 예견된 것처럼 파행으로 교섭은 마무리됐다. 지난 13일 6차 교섭 때 표면으로 드러난 반올림의 분열은 이날 실체를 드러냈다.

반올림에서 빠져나온 가족 6인(송창호·정애정·이선원·김은경·정희수·유영종)은 교섭 시간 15분 전쯤 도착했다. 이어 반올림과의 갈등설이 제기된 이후 처음으로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라는 이름으로 공식입장을 표명했다.

대책위 대표 송창호 씨는 “반올림 협상단과 삼성전자 사이의 협상이 1년 6개월간 성과가 없어 돌파구를 만들기 위해 대책위를 꾸렸다”며 “그간 반올림이 가족의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묵살했기 때문에 목소리를 내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피해자 가족 6명이 떠났다는 이유로 지난 1일 삼성 측에 새로운 교섭단(피해 가족 황상기 씨, 김시녀 씨, 노무사 이종란, 간사 공유정옥, 변호사 임자운)을 통보한 반올림 측도 교섭 시간이 임박해 모습을 드러냈다. 반올림을 대표한 황상기 씨는 “이렇게(내부 분열) 된 데에는 삼성의 책임이 크다”고 강조하며 “밖에는 반도체와 LCD 등 폭넓게 보상하겠다고 약속해놓고 안에서는 8월 내로 교섭단에 우선 보상하고 싶다고 얘기했다”고 공식입장만을 밝힌채 황급히 협상장으로 이동했다.

이날 교섭은 반올림 측이 일방적으로 협상장을 떠나면서 결렬됐다. 대화를 시작한 지 약 1시간 30분 만에 일어난 일이다. 반올림이 문제 삼은 것은 ‘교섭의 주체’였다.

교섭이 끝난 뒤 송창호 씨는 기자들과 만나 “오늘 협상에서 반올림은 삼성전자에 반올림 혹은 가족대책위 둘 중 하나를 교섭 주체로 정하라고 요구했다”며 “대책위는 같이 갈 생각이 있지만 반올림 의견이 다른데 어떻게 함께할 수 있겠느냐며 삼성에 협상을 분리해달라는 의견을 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반올림은 다음날 공식성명을 통해 “입장이 서로 다른데 한자리에서 논의하자고만 하면 불가피한 소모전이 반복될 것으로 우려되니, 양쪽과 각각 내실 있게 논의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며 “하지만 삼성 측은 명확한 근거를 대지 않은 채 같은 자리에서 교섭하자는 말만 반복했다”고 말했다.

이어 “상황이 공전해 30분 정회 후 모호한 상황을 정리할 수 있도록 ‘다 같이 한 자리에서 논의하고 싶다’는 삼성의 말이 반올림-가족대책위-삼성 3자 간 교섭을 하자는 뜻인지 확인하고자 삼성에 재차 요구했다”며 “하지만 삼성은 명확한 답을 회피했고 이후 마치 ‘반올림만 단독으로 협상을 진행하자’고 주장한 것처럼 왜곡했다”고 부연했다. 또한 17일에 삼성이 이에 대한 답을 가져오기로 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예상치 못한 분열로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백수현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전무는 “삼성은 같이 시작한 협상이니 타결까지 함께 잘 마무리하자고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반올림은 다른 6명과 함께 대화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며 “발병자와 가족을 존중해 전향적인 입장을 보여달라고 반올림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내부 균열에 대한 반올림의 주장에 대해서는 “반올림은 대다수 가족과의 사이에 발생한 균열의 책임을 우리에게 돌리려 했으나 우리는 이 같은 상황의 원인은 가족의 요구를 외면한 반올림에게 있음을 분명히 했다”며 “이와 함께 앞으로 더 이상 사실과 다르게 협상 지연이나 균열의 책임이 회사(삼성)에 있다는 터무니 없는 주장을 되풀이 하지 말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삼성은 다음 교섭 일인 17일에 교섭의 주체와 구체적 수준의 보상안 마련 등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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