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주사 대웅전 전경.

전 주지 횡령 후 잠적… 신도회, 검찰 고발
범어사 금권선거 의혹까지 불거져 논란 확산
“차기 주지 임명되면 ‘직영사찰’로 지정할 것”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부산지역의 대표사찰이자 조계종 14교구본사 범어사가 말사 주지 자리를 놓고 잡음이 일고 있다. 범어사 주지 수불스님과 성주사 주지를 역임했던 원정스님 간의 갈등이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여기에 성주사 신도회가 전 주지 원일스님(원정스님의 사제)을 공금 횡령 혐의로 창원지방검찰청에 고소하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수불스님은 최근 성주사 새 주지로 무관스님을 임명해 달라고 조계종 총무원에 품신(추천)했다. 이에 대해 원정스님 측은 행정 절차를 문제 삼아 반대하고 나섰다.

원정스님은 지난 1일 불교 기자들을 만나 무관스님을 성주사 주지로 품신한 데 대해 문제점을 제기했다. 스님은 “성주사 갈등은 2012년 범어사 주지 선거 이후 수차례 빚어진 마찰이 봉합되지 않고, 그 후유증이 결국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 라고 말했다. 원정스님은 “승가 화합 차원에서도 너무나 벗어나 있다. 전 주지 원일스님과 무관스님과의 인수인계도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성주사 사태의 발단은 지난 2012년 범어사 주시 선거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정스님에 따르면 창원 성주사는 흥교스님이 정화한 사찰로 서해(흥교스님 법호)문도회 스님들이 주지를 맡아왔다. 그러다가 2012년 범어사 주지 선거에 나선 원정스님(당시 성주사 주지)이 패한 후 성주사 주지 재임 과정에서 마찰이 일었다. 수불스님, 흥교스님, 원정스님은 논의 끝에 성주사 주지로 원일스님(흥교스님 상좌)을 임명키로 했다. 원일스님이 성주사 주지에 임명되면서 흥교스님은 주석하던 금용암에서 나와 성주사로 거처를 옮겼다. 금용암에는 수불스님의 측근인 무관스님이 들어갔다. 겉으로는 갈등이 봉합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문제는 주지 원일스님의 공금횡령 사건으로 또다시 불거졌다. 스님이 올해 초파일을 치르고 지난달 11일께 수불스님에게 성주사 주지 사직서를 제출했다. 원일스님이 사유서(사직사유서)와 인계인수서를 제출 후 잠적해 버려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이에 범어사는 성주사 사찰관리인을 파견했다. 지난달 26일에는 수불스님이 측근인 무관스님을 성주사 주지로 품신(추천)했다.

◆“절 뺏기 식 행정처리 안타깝다”

원정스님은 “(범어사) 선거 이후 성주사는 수불스님과 흥교스님 등이 합의해 서해문도가 맡기로 했다”고 말했다. 스님은 인계인수서를 공개하며 행정 절차가 졸속으로 처리돼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정스님은 무관스님을 주지로 품신한 것에 대해 “금정총림 범어사의 안정은 물론 문중화합을 저해하는 절 뺏기 식 종무행정 처리가 매우 안타깝다”고 수불스님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는 서해문도가 맡기로 한 사찰을, 겉으로는 행정 절차의 형식을 갖추며 사실상 절을 빼앗아 가는 행태라고 꼬집은 것이다.

아울러 스님은 지난 2012년 범어사 주지 선거 과정에서 수불스님 측에서 표를 얻기 위해 돈을 뿌린 사실을 증명할 수 있다며 금권선거 의혹도 제기했다. 원정스님 은 “범어사 주지 선거를 앞두고 (수불스님 측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자술서를 확보했다”며 “증인을 추가로 확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일 경우 이번 사태가 범어사 금권선거 의혹으로 벌질 수 있어,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성주사 신도회, 전 주지 횡령혐의로 고소

성주사 신도들은 원일스님 등을 공금 횡령(7~10억 원 추정)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상황이며, 무관스님 주지 추천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내비쳐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신도회는 지난 1일 전 주지 원일스님과 종무실장 강모(여) 씨 등 2명을 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신도회에 따르면 원일스님이 횡령뿐 아니라 회계 관련 컴퓨터 자료를 삭제하고 서류 일체를 갖고 잠적했다. 이들은 이번 사건의 관리 책임이 있는 교구본사 범어사 측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신도회는 “사건 발생 즉시 관할 본사인 범어사에 원일스님의 명백한 개인비리와 배임횡령 사건이므로 철저한 조사를 의뢰했다”며 “그러나 요구를 묵살하고, 오히려 이를 빌미로 사고사찰을 만들어 범어사 주지 수불스님과 같은 문중스님으로 주지 임명을 요청하는 품신을 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는 사찰 뺏기를 시도하는 욕심”이라면서 “차기 주지 불신과 성주사 수호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태종 신도대표 등 신도 9명은 2일부터 총무원과 접해 있는 우정공원 입구에서 알림판을 들고 1인 릴레이시위를 벌이고 있다.

◆범어사 “적법한 절차대로 주지임명”

수불스님 측 인사는 불교 언론을 통해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성주사 주지를 임명하기 전까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무관스님 주지 품신에 대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졌다”고 강조하며 “주지 임명이 마무리 되면 성주사를 직영사찰로 지정해 문중의 균형발전을 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금권선거 의혹에 대해선 “수불스님은 선거 당시 직접 돈을 쓴 적이 없다. 2년 전에 종단 감찰기관인 호법부가 조사했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일각에서는 성주사 사태는 교구본사 범어사가 30여 년간 한 문중(서해문도)이 성 주사를 독점하다시피 하는 행태의 폐해를 개혁하려고 하자, 원정스님 등 서해문도회가 크게 반발하며 불거진 것으로 보고 있다.

총무원이 수불스님의 주지 임명 품신을 받아드릴지 아니면 반려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성주사 갈등이 자칫 금권선거 의혹으로 벌질 수도 있어 총무원 측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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