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청사 창성동 별관으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일제식민지‧남북분단, 하나님의 뜻” 발언에 비난 쏟아져
보수 측 “하나님 주권 인정한 신앙적 표현… 문제 없어”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교회 장로인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 지명자가 지난 2011년 온누리교회(이재훈 목사) 강연에서 “일제 식민지 지배와 남북 분단은 하나님의 뜻” 등의 발언을 한 것이 알려지자 교계 진보 측은 비판을, 보수 측은 옹호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지난 12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김영주 목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허원배)는 ‘박근혜 정권은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 지명을 즉각 철회하십시오’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문 후보자의 발언을 비판하는 한편 박근혜 정권의 인사 시스템이 더 심각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NCCK는 이 성명에서 “이 정권의 인사 시스템의 수준은 기대 이하다. 국정을 책임지고 일할 총리를 지명한 것이 아니라 정권의 입맛에 맞는, 자격도 되지 않는 사람을 후보로 지명했다”고 힐난했다. NCCK는 문 후보의 발언은 식민사관에 근거한 비뚤어진 역사인식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사람을 총리 후보로 지명한 박근혜 정권 역시 이러한 역사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특히 문 후보의 발언이 교회 강연 중에 나온 것에 대해 “역사에 대한 자신의 자의적인 해석을 하나님의 뜻으로 둔갑시켜 왜곡하고 있는 것은 기독교 신앙으로 포장만 한 것이지 잘못된 기독교 신앙에 근거한 부적절한 주장이며, 하나님의 뜻을 마음대로 왜곡시키는 불경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교회연합(한교연, 대표회장 한영훈 목사)은 13일 ‘문창극 총리지명자 발언에 대한 입장(논평)’을 발표하고 문 후보를 두둔하고 나섰다.

한교연은 논평에서 문 후보의 발언에 대해 “일부 언론이 ‘망언’으로 규정하며 여론몰이를 하고 있는 데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는 신앙인으로서 성경적 역사관에 입각해 강의한 내용이므로 성경적‧신학적 관점에서 볼 때 문제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강연 내용의 전체 맥락을 살피지 않고 일부만 발췌해 문제 삼는 마녀사냥식 몰이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교연은 “문 지명자의 강연 내용을 볼 때 일부 표현의 미숙이 있었으며, 개인적인 역사관을 다 동의할 수는 없지만 전체적인 맥락에서 우리 민족이 불행했던 한국 근대사를 극복하고 하나님의 주권적 역사 섭리 안에서 오늘의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뤘다는 것을 신앙인의 관점에서 밝힌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교연은 또 “신앙인인 문 지명자가 교회라는 제한적 공간에서 성도들을 대상으로 강연한 내용을 세상적인 관점으로 비방, 폄하하는 것에 대해 종교의 자유에 대한 탄압으로 간주해 강력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교회언론회(대표 김승동 목사)도 12일 ‘문창극 발언 비방, 이것이야말로 마녀사냥’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문창극 총리 후보자가 기독교인이라고 하여 신앙적 언어까지 끄집어내어 몰아붙이는 ‘마녀사냥’은 그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회는 문 후보의 강연은 그 내용을 살펴볼 때 비극적 역사를 미화하거나 민족을 비하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그런 고난과 역사의 질곡 속에서도 하나님께서 우리나라를 향하신 깊은 뜻이 있었다는 것을 신앙적 언어를 사용해 말했다고 해명했다.

그리고 일부 표현만 드러내 문제 삼는 것은 “공정한 보도를 해야 할 언론들까지 사실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라며 “언어는 의미까지 생각해야지, 토막 낸 ‘악마의 편집’으로는 비이성적으로 잘못 흐르기 쉽다”며 언론 보도 행태를 비판했다.

또 한국기독교학술원장 이종윤(서울교회 원로) 목사, 청교도영성훈련원장 전광훈(사랑제일교회) 목사 등도 문 후보의 강연은 “모든 것이 하나님 뜻 안에서 이루어짐을 강조한, 지극히 성경적 표현”이라며 “문 후보의 역사관은 하나님의 주권사상을 믿는 그리스도인의 역사 인식에서 출발하고 있는 것이므로, 신학적·성경적으로 대단히 합당한 발언이다. 건강한 신앙인으로 존경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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