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영정사진 든 단원고 유족들, KBS‧청와대서 항의시위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KBS 김시곤 보도국장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9일 오전 ‘조문 갔던 보도본부 간부들이 폭행, 억류 당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날 KBS는 “보도국장이 결코 교통사고 사망자 수와 세월호 사망자 수를 비교하지 않았다”며 “당시 점심 식사에 합석했던 부서의 팀장 2명도 보도국장이 그 말을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확인해줬다”는 입장을 내놨다.

KBS는 “보도국장은 ‘한 달에 교통사고로만 500명이 사망하는데 그동안 이런 문제에 둔감했었다. 하지만 세월호 사고의 충격이 너무 커서인지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것 같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KBS가 교통사고 등 우리 사회 안전불감증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보도를 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이라며 “결코 교통사고 사망자 수와 세월호 사망자 수를 비교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오히려 KBS 측은 지난 8일 오후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 있는 세월호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았을 당시 유족에게 폭행당했다고 주장했다.

KBS는 “조문을 하는 과정에서 이준안 취재주간이 일부 유족들에게 대기실로 끌려가 폭행을 당하고 5시간 가량 억류당하는 일이 빚어졌다”며 “중재를 위해 나섰던 정창훈 경인센터장도 유족들에게 수차례 폭행을 당한 뒤 5시간 넘게 억류돼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준안 주간과 정창훈 센터장은 유족들로부터 당한 폭행과 장시간 억류에 따른 정신적 충격으로 병원에 입원한 상태다”고 덧붙였다.

KBS 측의 입장은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KBS새노조)가 밝힌 내용과 대조되는 내용이다. KBS새노조는 지난 3일 성명에서 “김시곤 보도국장이 지난 4월말 여러 명의 후배 기자들 앞에서 ‘세월호 사고는 300명이 한꺼번에 죽어서 많아 보이지만 연간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 수를 생각하면 그리 많은 건 아니다’라고 발언했다”고 밝혔다.

이에 분노한 안산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 100명은 지난 8일 오후 4시 10분께 안산시 단원고 화랑유원지에 있는 정부 합동분향소의 KBS 취재진 부스를 찾아 현장 철수를 요구했다. 또 지난 8일 밤 10시 20분 분향소에 안치된 자녀의 영정사진을 든 유족과 시민들은 여의도 KBS 본관과 청와대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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