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익 정치평론가
 

 
지난 대선 때 각 후보자들이 한목소리로 지방선거에 중앙당의 공천을 하지 않기로 한 약속을 기억한다. 공천과정의 비민주성과 당협위원장의 횡포를 막기 위해서 기초단체에 대한 공천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러나 여당인 새누리당이 그 약속을 파기함으로써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도 결국 기초단체 무공천 원칙을 접고 공천을 하기로 했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공천방식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두고 볼 일이지만 일찌감치 공천을 하기로 한 새누리당의 후보자 선출방식에 문제가 많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새누리당은 기초단체장과 기초의회 경선에 컷오프 제도라는 것을 도입해서 자격이 미달되는 후보를 사전에 경선에 참여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러나 컷오프에 걸려서 탈락한 후보자들의 재심요구와 불만이 많은 것을 보면 당의 컷오프 제도가 공정하게 작동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예비후보자들의 비리전력이나 전과기록 등은 당연히 컷오프가 될 수 있는 사항이다. 그러나 10년 이상 지난 벌금기록이나 교통위반에 대한 사소한 범칙금에 관한 기록에 대해서 일정한 기준이 모호하고 또 탈당이나 복당 등이 지역에 따라 기준이 다른 현상도 불거져 있다. 여론조사 후보 적합도 판단도 기준은 있되 현실성이 없다.

또 기준은 있으나 당협위원장이 선호하는 후보는 봐주고 반대하는 후보는 사소한 것조차도 용서가 안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실제로 당협의 사무국장이나 의원 보좌관들의 공천신청이 많은데 이들이 공천에 있어서 유리한 조건이 될 것이라는 의심이 있다. 예비후보자에 대한 당원 50% 여론조사 50% 여론조사의 현행방식은 당협위원장의 선거개입을 열어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현행의 공천방식은 인지도가 낮은 후보가 공천을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지방선거에 자기지역에서 출마하려는 사람들에 대해서 알고 있는 유권자들이 별로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지역의 당협위원장이 밀어주는 후보가 공천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공천과정으로 인해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들이 당협위원장의 눈치를 보거나 당협위원장의 수하로 여겨지는 현실을 막으려면 당협위원장의 당내 선거개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할 것이다. 경선에 조금이라도 관여하면 자격을 박탈하거나 선거법을 적용하여 법적처벌을 받게 한다면 함부로 나서지 못하게 될 것이다.

정당 무공천이 결코 신선하거나 정치개혁이 될 수 없다는 것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후보자 스스로 정당소속의 국회의원들의 지원을 바랄 것이고 대통령의 사진을 함께 건다든지 유력 정치인과 친분을 강조한다면 정당무공천제도가 무슨 효과가 있겠는가? 광역단체장 후보가 유세할 때 곁에 붙어서 함께 선거운동을 한다고 생각해보면 무공천이 능사는 아닌 것이다.

선거운동 기간을 따로 둘 것이 아니라 기초의원이나 단체장이 되고자 한다면 4년 내내 자신을 알리고 다닐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유권자들이 후보자를 잘 알고 투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선거운동 기간에는 당협위원장들의 선거개입을 막아야 민주적 절차성이 확보되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공천현상을 보면서 공천의 민주적인 방식보다는 당협위원장의 의중대로 정당후보를 공천할 것 같아 걱정스럽다. 대선후보자들이 우려했던 현상이 해소될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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