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청계천 광교갤러리에서 김리아 작가가 작품을 만지며 환하게 웃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SNS로 동시간대 다양한 모습의 사진 담아내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신진작가 ‘리아트’ 김리아(29)의 ‘3월 3일 13시 70분’이란 제목의 사진전시가 서울 청계천 광교갤러리에서 지난달 31일부터 열리고 있다. 이달 12일까지 진행되는 그의 전시는 한국의 점심시간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시장에는 3월 3일이라는 특정한 날짜와 13시라는 시간에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찍은 사진들이 진열돼 있다. 전시는 작가의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 아닌 참여형 전시다. 김 작가는 모든 SNS를 동원해 불특정 다수에게 “당신은 오늘 1시에 뭐했나요?”라고 질문을 던졌고, 2014년 3월 3일 오후 1시에 각자가 찍은 사진을 보내줄 것을 미리 주문했다.

이같이 보내온 여러 사진 중 작가는 70점을 선별했다. 선별 기준은 무조건 당시 정확히 13시에 찍은 사진이어야만 하는 것. 아무리 재미있고, 독특한 사진일지라도 그 시간이 정확히 아니면 가차 없이 제외됐다. 그렇게 제외시키고 고르다보니 70점 정도가 돼 그래서 제목이 ‘3월 3일 13시 70분’이 됐다.

김 작가가 전시를 위해 찾은 소재는 ‘밥’이었다. 그는 먼저 대한민국의 사회적 현실에 안타까움을 던진다. 바로 한국인의 1인당 평균 연간 근로시간이 OECD국가 중 2위로 세계 최고수준이지만, 반면 경제활동 참가율은 66.2%로 OECD 국가 평균에 못 미치고 있다는 현실이다. 실업자가 그만큼 많다는 걸 보여주는 정보이기도 하지만 작가는 초과 근무시간에 더 주목했다. 나아가 근무환경도 무척 열악할 것이란 생각을 했다.

김 작가는 “이같이 일이 삶을 잡아먹는 것 같은데 한국에서 ‘밥’은 힘이기도 하고 인생이기도 하고 희망이기도 하다. 밥을 먹으면서 그리운 사람도 떠올리고 안부인사도 ‘밥 먹었어?’라고 하며, 밥심으로 산다는 말도 있는 것처럼 밥이 중요한 것 같다”며 이 전시를 시작하게 된 배경을 말했다.

그는 13시면 한국인들이 밥을 먹고 있거나 먹은 후 휴식을 취하고 있을 거라 생각하고 사진을 모았지만, 그가 생각하는 사진은 의외로 적었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일을 시작해서인지 컴퓨터 모니터 앞의 배경 사진이 많았다. 그렇지만 다양한 사진도 많았다. 작가가 처음 의도한 건 밥이었지만, 오히려 다양한 삶을 관람객과 나눌 수 있는 사진들이 됐기에 작가는 만족한다.

전시장 구석에 마련된 방명록에 한 외국인이 “일은 그저 우리의 삶의 일부입니다. 절대 삶 전체가 아니죠. 당신의 작업은 제가 1시에 뭘 정말로 해야 하는지 알려줬어요”라고 남겼다. 김 작가는 자신이 정말 듣고 싶었던 말이라고 한다. 작업의 미적인 요소보다 내포한 의미로 관람자에게 의문을 스스로 찾게 하려는 의도가 어느 정도 성공했던 셈이다.

특히 그는 전시장 어디에도 자신의 이름을 남기지 않았다. 이유는 작가의 개인 작품이 아닌 SNS를 통해 받은 사람의 작품이기도 하지만 목적이 희석되지 않기 위해서라고 김리아 작가는 말한다. 또한 작가가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 아니라 보는 관람객이 스스로 메시지를 던지게 하는 것이기에 관람객이 곧 주인공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에 전시는 모두에게 공통된 질문을 다시 던진다. “당신은 이제 13시에 무엇을 할 건가요.”

▲ SNS로 받은 전시 작품들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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