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춘추시대 전상(田常)은 강(姜)씨의 제(齊)를 뒤엎으려고 했다. 그러나 호족들의 반대가 두려워 야심을 숨기고 노(魯)를 쳐서 일단 공을 세우기로 했다. 공자(孔子)는 자공에게 조국의 위기를 구하는 임무를 맡겼다. 자공은 공자보다 31세 연하로 제자 가운데 정치, 외교, 치산(治産)에 가장 뛰어났다. 평소에 공자는 말재주가 뛰어난 그를 자주 꾸짖었지만, 상황이 다급해지자 그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먼저 제의 전상을 만난 자공은 약한 노나라보다는 강한 오(吳)를 치라고 권했다. 전상이 어려운 일을 권한다고 화를 내자 자공은 “당신이 노를 격파하여 제의 영토를 넓히면 군주와 다른 신하들에게 이익이 될 뿐이며, 군주와 당신의 사이도 소원해질 것”이지만 “오를 치다가는 패하더라도 정적을 제거하고 군주를 고립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득했다. 권력의 변화를 정확히 분석한 자공의 말을 들은 전상은 오가 노를 구하는 원군을 파병하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패권을 추구하던 오왕 부차(夫差)를 만난 자공은 제가 노를 병탄하면 패업이 위태로우니 강대국 제를 쳐서 약소국 노를 구하여 패자로서의 명예를 쌓으라고 권했다. 오왕은 배후에서 복수의 기회를 노리는 월왕 구천(句踐)을 염려했다. 자공은 용자는 어려움을 피하지 않고, 인자는 약속을 어기지 않으며, 지자는 기회를 잃지 않는다고 지적한 후에 월을 존속시켜 천하에 인을 과시하고, 노를 구하고 제를 쳐서 위세를 최강국 진(晋)에까지 떨치라고 권했다. 오왕이 염려한다면 스스로 월왕을 만나 오왕을 위해 출병하도록 권하겠다고 자원했다. 회계(會稽)의 치욕을 참고 있던 구천을 만난 자공은 “오왕은 제를 쳐서 노를 구하려고 하지만 월이 걱정되어 먼저 월부터 치려고 하니” 의심을 사지 말고 오왕의 출병을 도우라고 권했다. 아픈 곳을 찔린 월왕이 감사하자 자공은 “제와의 전쟁에서 오왕이 진다면 이는 월왕의 복이요, 이긴다면 오왕은 진(晋)까지 공격할 것”이므로 진이 오를 공격하도록 만들겠다고 자청했다. 최강국 진이 오를 이길 것이고, 그렇다면 자기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구천이 사례했지만 자공은 정중히 거절하고 오로 가서 월왕이 제를 치는 지원군을 파병할 것이라고 보고했다.

5일 후 월의 대부 문종(文種)이 찾아와 월왕이 직접 출병할 것이라고 전했다. 부차는 크게 기뻐했지만, 자공은 “불가합니다. 나라가 텅 빌 만큼 백성들을 동원하고 군주까지 따라나서는 것은 의가 아니니, 예물과 군사는 허락하시되 군주가 따라오는 것은 사양하십시오”라고 권했다. 오왕은 구천의 종군을 사양하고 9군의 병마를 동원하여 제로 출동했다. 자공은 곧바로 진왕을 만나 “불확실한 것을 미리 생각해두지 않으면 갑자기 변화가 생겼을 때 대처를 하지 못하고, 군사를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싸워서 이길 수가 없다고 합니다. 지금 제와 오 사이에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오가 제를 이기지 못하면 반드시 월이 오를 공격할 것입니다. 오가 제를 이긴다면 이번에는 군사를 진으로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진왕이 대책을 묻자 자공은 “군비를 잘 정돈하고 군사들에게 휴식을 주면서 사태를 관망”하라고 권했다. 진왕은 허락하자 자공은 비로소 노로 귀국했다.

오와 제는 애릉(艾陵)에서 싸웠다. 대승한 오왕은 자공의 예상대로 진을 침공했다. 쌍방은 황지(黃池)에서 마주쳤다. 이번에는 오가 대패했다. 오의 패전소식을 들은 월왕 구천은 즉시 강을 건너 오로 침입했다. 오와 월은 오호(五湖)에서 격전을 펼쳤다. 부차는 이 전투에서 죽었고, 구천은 중원으로 진출하여 패자가 되었다. 사마천은 자공을 높이 평가했다.

“자공이 한 번 나아가니 노는 대를 이었고, 제는 혼란에 빠졌으며, 오는 망하고, 진은 강성해졌으며, 월은 패자가 되었다. 한 사람의 사신으로서 자공은 천하의 대세를 깨뜨리고 10년 동안 5개 나라의 국운을 흔들었다.”

자공은 노의 생존을 위해 각국에 유세를 하여 외환을 일으키고, 각국이 자기 나라의 세를 잃지 않으려고 우왕좌왕하는 틈에 노나라를 구했다. 노의 외환이 될 제에는 오를 충동질하여 외환을 일으켰고, 월과 진을 자극하여 오의 외환을 일으켰다. 국제정세가 변하자 약소국 노나라는 당분간 안전했다. 대통령은 분주하지만 외교적으로 외톨이가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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